[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영화 '설국열차' 속에는 봉준호 감독의 세심한 설정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 22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설국열차'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디테일한 연출을 한다는 뜻의)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들을 때 마다 너무 괴롭다. 나는 사실 허술한 사람"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봉 감독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한정된 제화를 가진 열차 안에서 17년 동안 지냈다는 설정을 어떤 식으로 반영했냐는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우리끼리 재밌는 일들이 많았었다"는 '깨알'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그는 "영화 중후반부에 송강호를 위협하는 역할로 나오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양복을 입고 있는데, 그 양복이 클로즈업 될 때 자세히 보시면 실밥 같은 게 튀어나와 있다"며 예를 들었다.
이어 "스태프들과 상의해서 일부러 의도했다. 기차내 상류층 사람들은 겉은 번지르르 하고 그럴싸해 보이는 양복을 입지만, 그래도 17년 동안 한정된 공간에 있었으니 생산에도 제약이 있을 꺼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또 "배우들의 분장도 마찬가지다. (주연 배우) 크리스 에반스 같은 경우는 하얗고 잘생긴 백인 친구인데, 17년 동안 꼬리칸에서 지낸 환경을 반영하고 싶었다. 장시간 켜켜이 문드러진 느낌을 주는 게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꼬리칸에는 남자가 월등히 많고, (상류층이 타는) 머리칸에는 백인 여성들이 월등히 많았다'는 질문에도 "처음에 기차 안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혼자 상상했을 때, 꼬리칸에서 여성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머리칸으로 착출해가지 않을까 싶었다. 열차 내에 벌어지는 잔인한 일면 중 하나라고 봐 달라"며 어김없이 예리한 면을 드러냈다.
'설국열차'는 이미 프랑스 작가가 그린 만화 원작이 있지만, 영화로 재창조 하면서 감독의 상상력이 많이 추가됐던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는 기차가 새로운 세계다. 나는 디테일한 것들을 덧붙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고 노력했다. 이게 SF 영화를 만드는 재미 아닌가"라고 말하는 봉준호 감독. '봉테일'의 디테일 찾기는,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한편 영화 '설국열차'는 기상이변으로 빙하기가 닥친 지구 위 유일하게 생존한 인류가 올라탄 거대 기차 내에서, 절대 권력자 윌도프(에드 해리스 분)에 맞서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와 꼬리칸 사람들 앞에 닥친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다음달 1일 전 세계 최초 개봉.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설국열차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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