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영진 기자] 배우 고수가 악랄한 변신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를 그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세상'이었다.
1일 SBS 새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이 첫 회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그 힘은 고수가 맡은 '장태주'로부터 비롯됐다.
극중 장태주는 사법고시 1차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고 퀴즈 프로그램의 답을 모두 알아맞힐 정도의 명석한 두뇌와 반듯한 성품을 가진 인물이지만 결국 돈 앞에서 절망하고 말았다. 태주의 아버지는 5천만 원 이상 투자한 상가 건물에서 보증금 1천만 원을 받고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고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본 태주는 아버지에게 포기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태주의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상가 건물 철거의 노사 협상이 결렬됐다. 그리고 성진그룹의 부회장인 최민재(손현주 분)는 조폭 출신 조필두(류승수)에게 노점상들을 처리할 것을 명령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태주의 아버지는 부상을 당해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음의 기로에 서는 위험한 지점에 도달하고 말았다.
태주는 합법적으로 하루 만에 수술비 3천만 원을 벌 방법을 찾아보지만 그런 방법은 없었다. 결국 태주는 불법적으로 설희(장신영)의 도움을 받아 필두에게 교회 부지를 다시 찾고 수술비를 구했다.
태주는 상가 건물 강제 철거로 인해 속출한 피해자들이 모인 곳에서 안쓰럽게 외쳤다. "싸워서 미안하다는 말, 1년 가고 2년 끌면 누구에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나. 왜들 착한 척 해. 뭐가 억울한데. 억울하면 돈 벌어. 돈 벌어서 땅 사. 합의하라고. 우리 아버지 수술해야 돼!"라고 절규했다.
피해자들의 가족에게 억지로 끌려가던 태주는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우는 아이의 얼굴을 봤다. 순간 태주에게선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불법적으로 돈을 버는 그의 선택이 옳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아버지를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임은 분명했다.
그러던 그가 변했다. 바로 '돈' 때문에 누군가를 협박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며 그 누명을 설희에게 씌우기도 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지나온 세월 동안 태주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태주가 과연 '나'라면, 우린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첫 회부터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황금의 제국'이 시작을 알렸다. 드라마는 199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경제사 격동의 20년이 배경이다. 온 국민이 황금의 투전판에 뛰어들어 욕망으로 들끓던 시대, 그 싸움터에 뛰어든 청년 장태주의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그려진다. '돈'과 '야망'이라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장태주라는 인물을 통해 투영된다.
누구나 한 번쯤 '돈' 때문에 고민했다면 '황금의 제국'의 태주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점차 악랄하게 변해가는 태주를 보며 '미움'이 아닌 '연민'을 느꼈다면 '황금의 제국'은 극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다.
김영진 기자 muri@xportsnews.com
[사진 = 고수 ⓒ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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