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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스위스전을 앞둔 우리들의 자세

기사입력 2006.06.22 16:32 / 기사수정 2006.06.22 16:32

손병하 기자


[독일,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기자] 스위스와의 G조 마지막 경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두 경기를 치른 한국은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충분히 채워가며 승점 4점으로 조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첫 승 제물로 삼았던 토고를 제압했으며, 무승부가 목표였던 프랑스와도 극적인 경기를 연출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두 경기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16강 가능성은 아지 불투명하고 어둡다. 승점 4점을 기록하며 스위스에 처진 조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꼭 이겨야만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프랑스가 3위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마지막 경기가 객관적인 전력이나 동기부여 측면에서 뒤질 것이 없는 토고와의 경기이고, 우리는 서로 16강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은 스위스와 일전을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위스를 제압한다면 다른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조 1위로 16강 진출이 확정되지만, 만약 0-0으로 비긴다면 프랑스가 토고와 비기거나 이겨도 1-0으로 이겨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진인사대천명, 우리가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운명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스위스전에서 진다면?

이런 시점에서 한 가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비기거나 혹은 패하여 16강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가 사라지는,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다.

재수 없는 생각을 한다며 맹비난을 받을지도 모르는 이 시점에 이렇게 민감하고 맞아 죽을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가 결과를 기다리며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축구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축구란 의외성을 뺀다면 성립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스포츠이다. 90분 동안에 일어나는 승부의 향방은 팀의 전력과 정신력 혹은 전술 등과 같이 정의되어 있는 것들로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스위스를 충분히 압도하는 전력이라 할지라도 경기를 미리 점칠 수는 없는 것이 바로 축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토고와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대한민국을 4년 전의 그 열광과 감동의 순간으로 몰아넣어 주었던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단 한 경기의 실패로 앞선 두 경기의 노고마저 잊혀질까 하는 두려움에서이다.

축구는 89분을 지배하고도 단 1분을 지배하지 못해 승리를 허락하는 경우도 있으며, 화가 치밀도록 초라한 경기를 하다가도 단 한 번의 기회에서 승리를 만들어내는 그런 경우도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경기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의해 과정이 덮어지는 것이 스포츠인지라, 89분 동안의 졸전보다는 단 1분의 선전을 더 오래 기억하곤 하다. 그리고 89분의 패배보다는 1분의 승리에 더 많은 환호와 찬사를 보내기 마련이다.

다가오는 스위스와의 경기에 걱정이 앞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스위스전에서 승패에 따라 결정되어질 우리 대표팀의 최종 성적표가 염려되는 것이다. 



결과는 없다. 지금까지의 과정에 박수를 보내자

만약 우리가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압도당하며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졸전을 펼쳤다면, 그래서 16강 진출에 실패하게 되었다면 그 경기에 대한 비난은 당연하다. 하지만, 힘겨운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올 그들에게는 따뜻한 환영과 격려의 박수가 더 커야 한다.

경기에 대한 실망과 비난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면 그래서 그들이 우리에게 먼저 주었던 승리의 기억을 잊어버린다면, 우리가 지난 두 경기에 열광하고 감동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스스로 밟아버리는 꼴이 돼버리고 만다.

물론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이 최상의 경기력을 선사하며 가장 멋진 승부로 경기를 마감한다면, 하여 스위스는 물론이고 G조 최강이라던 프랑스마저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다면, 이는 지난 2002년의 4강 진출에 결코 뒤지지 않을 쾌거이자 기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늘어놓으며 헛소리를 하는 필자도, 하노버 월드컵 경기장과 거리에서 승리에 감격하고 환호하며 깊은 잠에 빠졌을 하노버를 흔들어 깨울 것이다. 그리고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표팀의 승리에 취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바라지는 않지만 그와 반대되는 상황이 나오더라도 우리의 아름다운 추억과 기쁨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그런 안타까운 일은 없었으면 한다.

물론, 우리 한국 축구대표팀의 한계가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뒤지던 토고와의 경기를 승리로 만들 줄 알고, 일방적인 열세 속에서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프랑스전에서의 정신력과 투혼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한계는 아마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우리에게는 그 어느 나라 팬들보다 자랑스러운 ‘열두 번째 선수’인 붉은악마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서두에 밝혔듯이 그런 팀의 능력과 무관하게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축구의 또 다른 매력인 만큼, 그 매력에 가려 실패한 경기 결과만을 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만약 우리가 너무나 값진 승리로 영광스러운 16강행 티켓을 거머쥔다면, 다시 한 번 미치도록 해보자. 우리처럼 아름답고 깨끗하게 미치는 나라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스위스전이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마무리된다 해도 미칠 수 있도록 하자. 짧지 않았던 그 기간 동안 최선에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미치도록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박수를 보낼 수 있도록 하자.

스위스전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그들은 이미,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니 말이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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