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강산 기자] LG 트윈스 류제국은 더 이상 히든카드가 아니다. 비록 시즌 3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토종 선발진의 주축으로 거듭나기에 충분한 투구를 보여줬다.
류제국은 14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 6⅓이닝 동안 94구를 던지며 5피안타(1홈런) 6탈삼진 2볼넷 2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이 8회초 동점을 허용해 승리에는 실패했지만, 최근 3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시즌 2번째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제국의 습격'은 이어졌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종전 3.97에서 3.77로 낮췄다.
이날 류제국의 투구수 94개 중 스트라이크는 54개였다. 최고 구속 146km 직구(39개)와 132km 체인지업(28개) 위주의 투구를 펼쳤고, 커브(16개), 투심패스트볼(7개), 슬라이더(4개)도 적재적소에 곁들였다. 삼진을 솎아낸 결정구는 직구, 체인지업, 커브였다. 직구 구위가 뒷받침되니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뺏기도 좋았다.
류제국은 1회초 선두타자 장기영을 중견수 뜬공, 서동욱을 1루수 뜬공 처리한 뒤 이택근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후속타자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첫 이닝을 넘겼다.
2회가 문제였다. 2회초 선두타자 강정호에게 안타를 내준 류제국은 김민성을 루킹 삼진 처리했다. 그러나 이성열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는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바깥쪽 높은 141km 투심패스트볼이 통타당했다. 곧바로 유한준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폭투까지 겹치며 1사 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허도환과 장기영을 나란히 뜬공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3회에는 선두타자 서동욱에게 안타를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포수 현재윤의 정확한 블로킹에 이은 송구로 서동욱을 잡아내며 주자를 지웠다. 곧이어 이택근은 우익수 뜬공, 박병호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4회에는 강정호에게 안타, 이성열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 2루 위기에 몰렸으나 유한준을 5-3 병살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5회에는 세 타자를 가볍게 삼자범퇴 처리하며 이닝을 마감,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이날 첫 삼자범퇴였다.
6회에도 호투는 계속됐다. 선두타자 이택근을 2루수 땅볼 처리한 뒤 박병호는 146km 직구로, 강정호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특히 강정호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커브의 낙차는 기막혔다. 류제국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제국은 선두타자 김민성을 좌익수 뜬공 처리한 뒤 좌완 류택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8회 등판한 정현욱과 봉중근이 3-3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류제국의 시즌 3승은 물거품이 됐다. 아쉬움이 남을 법하지만 그는 오히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봉중근을 격려했다. 경기 중에도 호수비를 펼친 야수들을 끝까지 기다렸다가 하이파이브를 건네는 류제국이다. 1군 합류 전 김기태 LG 감독은 류제국의 빠른 적응을 위해 1군 선수단과 함께 훈련토록 했다. 당시만 해도 류제국은 "아직은 조금 서먹서먹한 게 있다"고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김 감독도 "류제국이 빨리 적응한 덕분이다"며 그의 합류 이후 상승세 배경을 설명했다.
LG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는 류제국이 데뷔전을 마쳤을 때만 해도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몸 상태만 괜찮다면 토종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었다. 류제국은 스스로 선발진에 연착륙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이제 류제국은 '히든카드'가 아닌 믿고 맡길 수 있는 토종 선발로 입지를 굳혔다. 게다가 팀도 9회말 문선재의 끝내기로 4-3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3승 도전 실패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류제국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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