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가의서 이승기-수지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구가의서'는 어느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 모호한 드라마다. 사극은 사극인데 판타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무협 활극의 성격도 지녔다. 액션 장면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또 달리 보면 모든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마침내 원하는 바를 얻게 되는 최강치(이승기 분)의 모험담 같기도 하다.
이처럼 '구가의서'는 여러 장르가 혼합된 드라마이지만 가장 큰 축을 꼽으라면 역시 멜로다. 초반 윤서화(이연희)와 구월령(최진혁)의 러브라인이 극의 큰 줄기였다면 중 후반부터는 최강치와 담여울(수지)의 러브라인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 '또 사랑타령이야?' 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평일부터 주말까지 종일 내내 불륜과 출생의 비밀 일색의 드라마가 방영되는 현실에서 경쾌한 무협 활극을 표방한 '구가의서' 마저 멜로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일종의 푸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구가의서'를 보고 있노라면 그 흔한 멜로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이 지겹기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이들의 사랑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왜 그런 것일까?
'구가의서'는 인간 여인 서화와 신수 월령 사이에서 반인반수로 태어난 최강치가 인간이 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강치와 여울의 사랑 이야기도 이러한 강치의 인간되기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두 사람의 사랑은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간관계로 그 의미가 확장된다. 강치는 진짜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강물에 버려진 것도 모자라 가족같이 지냈던 박태서(유연석)와 청조(이유비)에게 괴물 모습을 들켜 배신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그런 그에게 사람 사이의 믿음이 무엇인지 알려준 이가 여울이다. 여울은 강치 본인조차 인정하길 꺼려하는 괴물 모습에 놀라지 않고 오히려 그를 감싼다. 그런 진심이 통했는지 강치도 여울 앞에서는 팔찌 없이도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은 사랑하는 이를 만날 때 가장 순수하게 빛난다. 강치 또한 그렇다. 여울과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때마다 인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고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알아간다.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가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혁명가란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정을 존중하고, 살아 움직이는 사랑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강치도 사랑의 감정을 경험할 때 비로소 인간다워지고, '괴물'에서 악인 조관웅을 물리친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반인반수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만화 같은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구가의서'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청자들은 강치를 통해 진정한 인간애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인간되기의 가장 첫 번째 조건이 사랑이며, 사랑을 해봐야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구가의서 ⓒ 방송화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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