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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논어와 스포츠] 한국축구, 레바논전 무승부의 뒷면‏

기사입력 2013.06.06 15:39 / 기사수정 2013.06.07 14:51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원재 칼럼니스트] 히딩크에게 물었다. 월드컵 때마다 좋은 성적을 올리는 비결이 있나? 있다. 뭔가? 불만세력을 관리하는 것이다. 불만세력이라니? 월드컵 대표팀은, 어느 나라건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모이는 집단이다. 개성이 강한 남자들 수 십 명이 모여 몇 달을 같이 지내면 별 일이 다 일어나지 않겠나. 주전선수들은 불만이 없다. 경기에 나가니까. 랭킹 12-16번 선수들도 불만이 없다. 교체멤버로 출전할 확률이 높으니까. 21-23번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기들 실력이 대표팀에 뽑힐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대표팀에 합류했다는 자체를 고마워하는 그룹이다. 문제는 랭킹 17-20번에 해당하는 선수들이다. 이들의 불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이렇게 안쓸거면 도대체 나를 왜 뽑은건가?”

대한민국 대표팀이 레바논과 비겼다. 그것도 종료직전에 터진 동점골로. 승부조작에 연루되어, 감독과의 불화 및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레바논은 주전선수 여섯 명이 출전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무리 원정경기라지만, 이런 상대를 맞아 겨우 무승부? 골대를 세 번 맞춘 불운을 탓하기 전에,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이 왜 기대이하였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을 맡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피할 수만 있다면 끝까지 피하려 했다. 조광래 감독이 경질되면서, 축구계가 ‘대안이 없다’며 취임을 강권했다. 봉동이장님의 취임일성은 ‘난 예선까지만 간다. 본선은 나보다 유능한 감독이 지휘하는 것이 맞다’였다. 겸양과 예의를 머금은 멋진 표현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최강희 감독의 진의에는 변함이 없다. 옆에서 지켜본 최감독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분이 아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선수들도 최감독의 본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수들의 마음 한 켠에 ‘예선에서 죽어라 고생해봤자 본선에는 결국 새 감독의 눈에 든 선수가 가게 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긴 것은 아닐까. 선수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 한 편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움직임. 이런 상황이면, 불만세력에 더하여 불안세력이 생겨난다. 누가 감독이 되더라도 선발과 출전이 확실한 너 댓 명을 제외한 선수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子曰(자왈) 孝哉(효재)라 閔子騫(민자건)이여 人不間於其父母昆弟之言(인불간어기부모곤제지언)이로다: 선진(先進) 11/5

해석)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효성스럽구나! 민자건이여! 남들이 그 부모 형제가 하는 말 사이로 끼어들지 못하니!

민자건은 공자의 제자다. 아버지와 계모를 모시며 효성이 지극한 아들로 여러 일화를 남겼다. 가족 간 불화의 조짐은 무엇일까? 가족 사이에 벌어진 일이 몇 바퀴를 돌아서 남의 입을 통해 가족의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섭섭함을 지나쳐 오해가 쌓이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경우도 많지 않을 터이다. 가족을 믿는다면, 남들이 그 말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모두가 조심하고 삼가야 한다. 이메일이든 SNS든 마찬가지다. 불만세력과 불안세력이 늘어나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를 아껴야 한다. 그래야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본선진출을 간절히 염원한다. 남은 두 경기 전승!



장원재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축구대표팀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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