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1세대 아이돌의 마지막은 ‘해체’였다. 1996년 ‘전사의 후예’로 데뷔한 H.O.T는 2001년 솔로 혹은 프로젝트 그룹으로 나뉘었고, 1997년 ‘학원별곡’으로 데뷔한 젝스키스 역시 2000년 드림 콘서트에서 마지막을 맞았다. 같은 해 데뷔한 S.E.S도 2002년에 해체했다. 개인 활동이 어려웠던 1세대 아이돌의 평균 활동 기간은 약 5년이다.
적게는 3명 많게는 7명 이상으로 이뤄진 아이돌 그룹. 이들은 겉은 화려지만 보이지 않는 경쟁의 열기 속에서 살아간다. 현재 아무리 하늘을 찌를듯한 인기를 누리고 있어도 이 역시 한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많은 1세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해체 후 사라진 인기에 방황했다’는 식의 말을 하곤 한다. 미래에 대한 대책 없이 앞만 보고 달리기엔, 인기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2세대 아이돌은 선배들처럼 해체하지 않고, 그룹 활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하며 가수 외의 다른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이 연기자의 길이다. 연기자로 자리 잡으면 수입은 물론이거니와 활동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뿐만 아니라 그룹 활동과 별개로 자기 자신의 인지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아이돌의 연기도전은 생존 경쟁이다. 또한 숨겨진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 예로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은 연기 활동을 시작한 후 인지도를 넓혔으며,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의 끼를 발휘하고 있다. '에이핑크'의 정은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연기 변신은 숨은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이 때문일까.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이들 신인 배우들에게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투영할 때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아이돌이라는 특권을 누리며 준비되지 않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아이돌까지 감싸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고 연기자를 꿈꾸는 아이돌을 향한 편견은 자라나는 새싹들의 열정을 꺾어 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천명’에서 왕세자 역할을 맡은 2AM 임슬옹을 “연기자가 되고자 하는 진정성이 보여 캐스팅했다”며 “장담컨데 초반에 조금 모자라더라도, (임슬옹이) 매우 노력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사실 지금 시스템에서 배우를 키울 수가 없다. 그래서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배우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열의만 있다면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한 아이돌 멤버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영역을 벗어나 모두들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 않나. 모두가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역시 진지하게 배우고 있다”면서 “방송을 본 후 시청자들에게 질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열심히 임했다”고 밝혔다.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는 인지도가 낮은 신인배우들 보다 기회를 얻기 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는 채 무턱대고 잡은 기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연기에 도전한 아이돌은 많지만 게 중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는 아이돌 연기자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주연을 척척 맞는 아이돌도 있다. 하지만 작은 역부터 기회를 노리는 이들도 있으며, 연기를 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도 있다.
임지연 기자 jyllim@xportsnews.com
[사진 = 아이돌 연기 ⓒ KBS, MBC, tvN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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