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2010년 5월 31일, 명장과 명문이 손을 맞잡았다. 최고의 감독 주제 무리뉴를 안은 것은 최고의 구단 레알 마드리드였고 이들은 4년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가 술렁였다. 4년의 시간, 무리뉴와 레알 마드리드가 써나갈 역사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랬던 무리뉴와 레알 마드리드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결별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리뉴와 이별을 선언했다. 페레스 회장은 "지금이 이별할 가장 좋은 시기다. 무리뉴의 지도 아래 레알 마드리드는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직 올 시즌 종료까지 2경기가 남아있지만 사실상 무리뉴의 지도는 끝났다.
'안티 바르셀로나'의 선봉장
입성 초기, 무리뉴는 레알 마드리드의 구세주였다. 2008년 FC바르셀로나에 펩 과르디올라가 등장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는 치욕의 시기가 시작됐다. 유럽의 모든 팀이 바르셀로나에 무너졌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충격이 더 했다. 세계 최고의 라이벌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만날 때마다 패했다. 좌절이 커질수록 설욕에 대한 한도 증폭됐고 그때 눈에 들어온 이가 바로 무리뉴다.
바르셀로나의 천하, 그 시기에 유일하게 흠집을 낸 감독이 바로 무리뉴다. 무리뉴는 인터밀란을 이끌고 바르셀로나를 꺾었고 그는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에서 잊지 못할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렇게 레알 마드리드의 눈에 들어온 무리뉴는 곧장 '안티 바르셀로나'의 수장으로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한다.
바르셀로나에서 통역관을 했었던 무리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바르셀로나와 대립했다. 짧은 패스를 통한 점유율, 공격적인 바르셀로나의 철학은 수비적이라도 이기는 축구가 우선인 무리뉴와 궤를 달리했다. 그래서 더 안티 바르셀로나였고 수도 없이 싸우며 레알 마드리드를 바르셀로나 맞춤 괴물로 만들었다.
레알 마드리드에 반기를 들다
레알 마드리드와 일찍 이별했지만 분명한 것은 무리뉴는 바르셀로나를 이겨냈다. 바르셀로나의 리그 연패를 막았고 올 시즌에는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상대전적까지 앞섰다. '바르셀로나를 잡으라'는 레알 마드리드의 요구에 부응했다. 더불어 2012년에는 바르셀로나에 내줬던 리그 우승컵을 4년 만에 되찾아왔다.
그럼에도 무리뉴와 레알 마드리드는 갈라섰다.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잡음이다. 무리뉴는 3년의 시간 무수히 많은 싸움을 했다. 그것도 자신의 팀인 레알 마드리드와. 무리뉴는 첫해부터 레알 마드리드에 반기를 들었다. 부임하자마자 팀의 상징이던 라울 곤살레스, 호세 마리아 구티를 내보냈다. 반대 의사가 상당했지만 무리뉴는 밀어붙였다.
이 밖에도 무리뉴는 자신을 데려온 호르헤 발다노 단장을 사임하게 하였고 올 시즌에는 이케르 카시야스와 알력다툼을 벌이면서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이미 라울과 구티를 잃은 마드리드 언론과 팬들은 카시야스가 배제되는 것을 볼 수 없었고 급기야 현지 팬들은 무리뉴를 향해 야유를 퍼부으며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3년 동안 우승 3번, 평가는?
바르셀로나와의 열세 분위기를 뒤집은 유일한 감독, 그러나 안을 단속하지 못한 지도자. 무리뉴의 3년의 평가는 이렇다. 그렇다면 성적은 어떨까.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 생활을 성공이냐 실패냐로 나눌 가장 큰 잣대는 바로 성적이다.
무리뉴는 3년 동안 3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규리그 1회, 코파 델 레이 1회, 스페인 슈퍼컵 1회. 우승 횟수는 적지만 3번 모두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렸다. 바르셀로나의 시대에 정면으로 저항한 무리뉴의 성과라 가치 평가는 상당하다. 3개 대회 모두 무리뉴만이 가능한 우승이었고 무리뉴여서 바르셀로나를 막을 수 있었다.
다만 무리뉴와 레알 마드리드의 기대치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 양측이 모두 원한 것은 바로 챔피언스리그 통산 10회 우승이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무릎을 꿇고 승부차기를 지켜보던 행동, 그것이 바로 무리뉴와 레알 마드리드가 몸에 지닌 간절함이었다. 그랬기에 3년 연속 4강 진출은 무리뉴나 레알 마드리드가 만족할 성적이 아니다. 어쩌면 3개의 우승 대신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가 더 무리뉴에게 필요했다.
거취를 두고 한 시즌 내내 시끄러웠듯 무리뉴의 성과를 두고도 참 의견이 다양하다. 사람의 관점이라는 것이 늘 똑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여러분에게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는 성공인가 실패인가.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무리뉴 ⓒ Gettyimages/멀티비츠, 마르카 홈페이지]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