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2.05 18:03 / 기사수정 2007.12.05 18:03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지난 4월 국내 아이스하키 팬들을 뜨악하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강원랜드(現 하이원)의 주축 선수였던 손호성, 김규헌, 이권재의 안양한라로의 이적이 그것.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 이동이 비교적 적은 아이스하키인데다 국내 단 두 개인 실업팀으로서 서로 으르렁대기에 바빴던 양 팀 사이의 선수 이동이라 더욱 그랬다. 기실, 당시 강원랜드는 시즌 종료 후 성적에 비해 낮은 연봉 인상률과 선수 복지 문제로 선수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었고, 해외진출을 모색하던 여러 선수 중 이 세 선수가 안양한라로 이적하게 된 것이다.
상대팀의 주축선수라는 것은 우리 팀으로 생각하자면 경기를 볼 때마다 속을 긁었던 그런 선수인데 이적해오다니, 마냥 좋아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찌푸리고 있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 중 손호성의 이적은 안양한라 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안양한라가 강원랜드와의 최근 상대 전적에서 열세에 놓이게 된 것도 손호성의 비중이 컸다. 수비수를 제치고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해도 작은 골문 앞엔 손호성이 버티고 서있었다. 그 압박감은 공격수들에게 만만치 않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슈팅을 막아내고 글러브에서 퍽을 빙판으로 내려놓았다. 그런 손호성을 보고 있노라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안양한라의 팬들은 참기 힘들었다.
경기에 임하다 보면, 선수와 팬 모두 경기에 너무 집중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일도 왕왕 생긴다. 이러한 감정싸움이 손호성과 안양한라 팬들 사이에도 있었다. 그래서 안양한라의 팬들은 그의 이적을 쉽사리 인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적 후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은 손호성이었다. 그는 이적 직후 안양한라 팬 커뮤니티에 가입해 인사글을 올렸다. 몇 해 전 있었던 마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고, 앞으로의 자신의 응원을 겸손하게 부탁했다. 운동을 보러 온 팬들에게도 잘 부탁한다며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어색하게 얼어있던 그와 팬들의 사이는 이러한 그의 노력으로 조금씩 녹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플레이는 강원랜드 시절과 다를 것이 없이, 여전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무거운 무장을 몸에 입고 뛰어야 한다. 일반적인 선수들도 그렇지만 골리의 경우 무장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진다. 다리엔 두꺼운 패드를 달아야 하고 마스크도 얼굴 전체를 덮는 것으로 쓰고 경기에 임한다. 걷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고, 실제로 걸을 때도 패드 때문에 뒤뚱거릴 수밖에 없다.
경기 중에 몸을 약간만 웅크리고 있어도, 한 치의 틈도 없이 꽉 차 보일 정도다. 무장만 해도 근 20kg이 넘는 무게다. 그런 무장을 온몸에 두르고 골리는 자신의 틈을 파고드는 퍽을 막아내야 한다.
그 무거운 무장을 입고 퍽을 막기 위해 빙판을 구르기도 하고 뛰어오르기도 하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강원랜드 시절 그토록 싫어했던 무심한 듯 막아내는 상대의 슈팅도 이젠 모두 안양한라의 손호성의 것이 되었다.
최근 그 답지 않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많은 팬은 그를 믿는다. 정말 많이 미워했던 만큼, 정말 많이 아낀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다. 지금의 부진을 깨치고 그의 마스크에 새겨진 독수리처럼 날아오를 수 있는 그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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