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과 전쟁'은 법률 전문가인 박현정 변호사를 통해 연예 뉴스 등을 토대로 가족법 이슈들을 쉽게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박현정] 자기를 다시 만나주지 않으면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전 남편 김철규(최원영 분), 이를 말려보려고 몸싸움을 하는 전 부인 민채원(유진 분).
호텔 침대에서 티격태격하고 있던 차에 호텔방 문을 박차고 들어온 남자의 현재 부인 마홍주(심이영 분). 증거사진을 찍으며 간통죄 현행범으로 남녀를 체포하는 경찰. 요즘 주말드라마에서 시청률 1위를 자랑하는 '백년의 유산'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내용대로라면 기혼남녀가(일방만 기혼인 경우도 가능) 한 장소에 가까이 있기만 해도 간통죄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설정이다.
간통죄 처벌, 성관계 증거가 확실해야 한다!
남편이 바람피웠다며 이혼 상담하는 분들 중에 "간통죄로 처넣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경우가 많다. 간통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성관계'했다는 증거가 명확해야 한다. 하지만,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는 범죄의 성격상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몇 달 전 한 의뢰인이 이혼소송 접수증명원을 가지고 경찰과 함께 '현장'을 급습한 적이 있다. 경찰과 함께 들어가 보니 바람난 두 사람이 마주앉아서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다. 함께 있는 장면은 확보했지만 간통죄의 증거인 '성관계' 장면은 포착하지 못한 것.
어쩔 수 없이 간통고소를 포기하고 이혼소송의 '부정행위' 증거로만 사용했다. 여러 드라마에서는 간통의 '순간포착'을 기가 막히게 하는데 그저 드라마일 뿐이다.
간혹 간통증거를 잡겠다면서 소위 '심부름센터'를 이용해 뒤를 캐는 경우도 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간통죄 인정돼도 대부분 집행유예?
최근엔 간통고소된 경우에도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을 받기 때문에 간통고소 해봐야 소용없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불륜을 저지른 두 사람에게 꼭 콩밥을 먹이겠다!"는 목적은 달성하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집행유예로 나와 자유의 몸이 된 불륜남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그래도 간통고소의 실익이 없진 않다. 일단 간통고소를 하면 상대방은 형사처벌 받을 것이 두려워 합의를 요구하며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이혼소송에서 위자료를 더 많이 받을 수도 있고, 이혼조정을 하더라도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실제로 간통고소 후 자신이 원하는 금액만큼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를 받고 간통고소를 취소하는 사례도 제법 있다.
혼인관계가 끝났거나 이혼소송 제기해야 간통고소 가능
배우자 있는 사람이 간통한 경우에 최고 2년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배우자는 '법률상의 배우자'를 뜻한다. 즉 혼인신고가 되어있는 배우자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간통고소할 수 없다. 간통한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을 필요가 없다. 만약 상대방에게도 배우자가 있다면 이중간통이 된다.
간통이란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부정한 행위'보다 범위가 좁은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성교행위'자체를 의미한다. 또 간통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고소가 있어야만 하는데 범죄사실과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간통고소는 혼인관계가 끝났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백년의 유산'에서 마홍주가 이혼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간통고소를 한 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간통죄 위헌논란
사형제와 더불어 간통죄도 계속 '폐지논란'중이다. 간통죄는 세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선량한 성 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하여 또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를 위하여 간통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
다만, 우리의 법의식의 흐름과의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앞으로 간통죄의 폐지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혀 간통죄 폐지의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간통 관련한 이혼상담에서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간통죄 폐지됐죠?"다. "아니요"라고 말씀드리면 실망하면서 전화를 끊는 분도 종종 있다.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이지만 아직 형법상 용인되지 않는 부적절한 행위인 간통.
이를 두고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까지 간섭한다는 비판이 많아지면서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아직 엄연히 존재하는 '범죄'다. 간통죄가 폐지됐느냐는 질문을 하는 대신 자신의 행동이 배우자에게 어떤 상처를 안겨주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게 우선 아닐까?
[글] 김남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