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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달라진 넥센이 보여준 '원칙의 힘'

기사입력 2013.05.10 12:43 / 기사수정 2013.05.11 16:33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산, 김유진 기자] 2013 프로야구 개막 전 '다크호스' 로 분류됐던 넥센 히어로즈의 행보가 눈에 띈다. 올해로 창단 6시즌 째를 맞이한 넥센. 올시즌 그들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기록에서 입증된 강세

넥센의 돌풍은 지난 시즌과 다르다. 초반 '반짝 상승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LPG포'의 맹활약에 지난 해부터 '넥센맨'이 된 이성열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 팀 홈런은 10일 현재 29개로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며 풀타임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지난해 MVP 박병호가 가공할 화력을 뽐내고 있다. 팀 타율은 2할 6푼 9리로 리그 5위. 하지만 득점권 타율이 2할 9푼 9리(3위)에 달한다. 반드시 점수가 필요할 때 집중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이택근(.267)-박병호(.316)-강정호(.282)-이성열(.267)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팀 홈런 29개 가운데 23개를 합작했다. 김민성(.281), 유한준(.239)은 나란히 3할대 득점권타율로 기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안방마님' 박동원과 허도환은 각각 수비와 공격에 강점을 보인다. 여기에 테이블세터 서건창(.253)-장기영(.309)이 나란히 3할 5푼 이상의 출루율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야수진은 탄탄하다.

선발진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9승 가운데 13승이 선발승이다. 퀄리티스타트도 16회로 9개 팀 가운데 2번째로 많다. 올 시즌 선발진 평균자책점을 합산하면 3.29. 외국인 듀오 브랜든 나이트(4승)와 앤디 밴 헤켄(3승)은 물론 김병현-강윤구-김영민도 제몫을 하고 있다. 마무리 손승락은 13세이브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끝판왕' 오승환보다 7세이브나 많은 기록을 세웠다. 팀 볼넷(129개)이 많다는 게 과제지만 선발과 마무리의 확실한 조화로 이 부분을 상쇄하고 있다. 28경기 19승 9패라는 성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기록보다 돋보이는 트레이드

트레이드 효과가 크다. 넥센은 지난 2010시즌을 앞두고 4건의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모두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였다. 당시 넥센은 적지않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주축 선수인 장원삼(삼성) 이현승(두산) 마일영(한화)를 떠나보냈다. LG로 이적했던 이택근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를 통해 넥센으로 복귀했다. 이 트레이드로 받아온 선수는 좌완 박성훈, 금민철, 마정길 등이다.

박성훈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팀의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53경기에서 5승 4패 7홀드 평균자책점 2.45로 활약했다. 올해는 17경기 2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4.66으로 다소 부진하지만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마정길은 트레이드 이후 2시즌 동안 4승 6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7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 중이다. 고원준과 황재균을 롯데에 보내고 영입한 이정훈, 김민성도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성장했다. 이정훈은 2승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45로 활약 중이고 김민성은 타율 2할 8푼 1리 1홈런 10타점으로 제몫을 해내고 있다. 특히 득점권타율 3할 6푼 8리로 기회에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2011시즌에는 트레이드 마감시한 직전 송신영, 김성현을 LG에 보내고 박병호와 심수창을 영입했다. 대성공이었다. 이적 첫해 후반기에만 두자릿수 홈런을 몰아치며 생애 처음으로 10홈런을 넘긴 그는 지난해 133 전 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섰다. 타율 2할 9푼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해 최우수선수(MVP)의 영예까지 누렸다. 올해도 28경기에서 타율 3할 1푼 6리 9홈런(1위) 30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당시 LG로 떠나보낸 프랜차이즈 스타 송신영은 한화와 NC를 거쳐 지난달 친정팀에 복귀했다. 올 시즌 15경기에서 1승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98로 넥센 불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해 신인왕 서건창도 LG에서 방출된 뒤 신고선수로 넥센에 입단한 선수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하던 선수들이 지난 해와 올해를 기점으로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달 24일 포수 최경철과 트레이드를 통해 LG에서 넥센으로 옮겨 온 서동욱은 이적 후 첫 경기인 8일 잠실 LG전에서 결승 2타점 3루타를 터뜨리는 등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을 예고했다.

'원칙의 야구' 염경엽 감독

넥센 돌풍에는 '초보감독' 염경엽의 데이터 야구가 한 몫 하고 있다. 염 감독이 넥센의 3대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 광주제일고와 고려대를 거쳐 1991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했고 2000년 현대 시절까지 10년간 내야수로 뛰어온 그의 성적은 896경기 출전에 타율 1할 9푼 5리, 5홈런, 110타점, 83도루로 조금은 초라한 성적이다. 이후에는 2001년 현대 스카우트와 수비코치를 거쳐 2010년 LG 코치, 2012년 넥센에서 작전-주루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해 왔다.

하지만 염 감독은 치밀하게 준비한 자신만의 야구로 넥센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염 감독의 야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원칙이다. 근거 없는 밀어붙이기가 아니다. 선수로 프런트로 코치로 야구판을 두루 거치면서 쌓은 노하우가 집약됐다. 일례로 투수진 운용에 있어서 불펜 투수진의 경우 투구수 30개 이하는 2일 연투, 20개 미만은 3일 연투를 원칙으로 하며 40개 이상은 던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경기마다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야구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한 번쯤은 살짝 방법을 틀어볼 법도 하지만 염 감독은 이를 거부한다. '한 경기를 이기기 위해 원칙을 깨뜨리는 운영은 없다'고 못박았다.

염 감독의 원칙은 시즌 초반 몇몇 이색적인 행보에서도 드러났다. 넥센 선수단은 지난달 26~29일 첫 휴식기에서 보통 하루만 쉬는 타 팀과는 달리 이틀을 쉬었다. 휴식의 목적을 중요시하는 염 감독의 배려 때문이었다. 그는 "경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훈련 이상으로 휴식도 필요하다. 1군 선수들에게는 경기가 우선이며 훈련은 경기에 이기고 집중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자율을 강조했다. 이어진 주중 대구 원정이 끝난 6일에도 자율훈련을 지시했다. 시즌 초반부터 자율훈련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금부터 관리를 해야 여름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 결과다.



강산, 김유진 기자 ⓒ 엑스포츠뉴스DB

[사진=넥센 선수단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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