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명장이 이별을 선언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감독직 은퇴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퍼거슨 감독은 오랜 기간 손에 쥐었던 맨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무려 27년간 정들었던 올드트래포드의 코칭스테프석과 이별하게 됐다. 감독으로서 남긴 발자취도 그의 은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 가운데선 수많은 걸작들도 배출됐다.
걸작의 형태도 가지가지.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그의 지도아래 배출되는가 하면, 지략가 퍼거슨의 면모를 앞세워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술 걸작들도 남겼다. 그 중에서도 '박지성 시프트'는 빼놓을 수 없는 걸작 중 하나다. 중요한 순간 발휘됐던 박지성 시프트는 퍼거슨의 맨유 27년 역사에서 분명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퍼거슨, 누구보다 박지성을 잘 활용했던 '명장'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 좋은 스승이었다. 누구보다 박지성을 잘 활용했던 명장 가운데 한 명이다. 다양한 활용도 속에서 박지성은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찾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 아래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는 법을 깨우쳤다면 퍼거슨 감독에겐 그라운드 위 정체정을 부여받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5년 맨유 입단이후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또한 넓은 활동량과 수비력을 간파하고선 '박지성 시프트'를 고안해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혹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쉼없는 스위칭을 유도했다.
이는 맨유와 박지성 모두에게 좋은 효과를 가져다 줬다. 강팀을 상대로도 공수 균형을 잃지 않고 맞대응하게끔 도왔으며 박지성은 '수비형 윙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의 가치의 인정받았다. 공격본능이 발휘되는 날엔 그 효과는 배가 됐다.
QPR로의 이적은 퍼거슨 감독의 대단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QPR은 박지성을 적절히 활용하지도, 선수의 기도 살려주지 못했다. 시즌 초반 마크 휴즈 감독은 '센트럴 팍'이란, 중앙 미드필더에 배치하는 실험을 감행했지만 맨유만큼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이후 해리 레드냅 감독은 측면과 중앙에 번갈아 기용했지만 역시 박지성의 강점을 구현해내진 못했다.
추억의 '박지성 시프트', 디테일도 아름다웠다
최근 QPR에 비해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특성을 잘 살렸다. 박지성 시프트는 물론, 센트럴 팍이란 미명을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 했다. 퍼거슨 감독 지휘아래 박지성도 더욱 성장했다. 투박했던 부분은 반감됐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PSV 아인트호벤의 박지성과 맨유의 박지성이 달랐던 결정적인 차이는 디테일이었다. 끈질긴 수비력과 넓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점은 동일했지만 전술적 디테일이 가미되며 박지성의 가치는 더욱 올랐다.
모두 지략가 퍼거슨 감독이 손맛이 묻어난 작품들이었다. 그 중의 백미는 단연 2011년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이었다. 당시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이례적으로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상대 패스의 시발점 안드레아 피를로(現 유벤투스) 봉쇄를 위함이었다. 16강 1, 2차전에 모두 출전했던 박지성은 피를로를 완전히 지우며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러한 전술적 임무의 완벽한 수행이란 진짜 의도가 부각되며 화제를 낳았다.
이외에도 박지성에 대한 활용은 더욱 다이나믹해졌다. 경우에 따라 시작점이 측면이냐, 중앙이냐를 달리 하며 다양한 효과들을 추구했다. 그 속엔 늘 미묘한 차이와 디테일도 가미되어 맨유의 리그와 유럽무대 정복에 큰 힘이 됐다.
박지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퍼거슨 감독은 오는 26일 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현장을 떠난다. 한국에선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박지성과 한국축구팬들로선 퍼거슨 감독의 은퇴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고 있다.
[사진=박지성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