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배우 최초로 태극마크를 단 이시영(31·인천시청)에 대한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시영은 24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2013 복싱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여자 48㎏급 결승에 출전해 김다솜(19·수원 태풍체육관)을 상대로 4라운드 합계 22-20 판정승을 거두고 국가대표가 됐다. 그러나 이날 점수와 관련해 이시영에게 지나치게 유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경기가 끝난지 이틀째 판정 논란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을까. 또 배우 이시영이 아닌 복서 이시영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먼저 이시영은 전문용어 '사우스포'로 불리는 왼손잡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더 파이팅(The Fighting)'을 보면 '사우스포'에 대한 강점이 잘 묘사돼 있다. '오소독스'로 불리는 오른손잡이 주인공은 '사우스포'인 상대를 만나 좀처럼 본인의 복싱을 펼치지 못한다.
한 복싱인은 "일반적으로 보면 사우스포가 오소독스 유형보다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로 같은 주먹을 교차하거나, 아니면 상대 펀치를 피하면서 날리는 카운터에도 사우스포가 우위에 있다"라며 "이시영의 경우 같은 체급의 상대보다 신장이 크고 리치(팔길이)도 길다. 사우스포에 리치까지 강점이 있다면 유리한 조건에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영은 또 전형적인 '아웃복서(Out Boxer)'다. '인파이터(In Fighter)'의 상대적 개념인 '아웃복서'는 상대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유효한 타격을 노리는 복서를 말한다. 때문에 '아웃복서'와 '인파이터'의 대결에서는 안으로 파고드는 '인파이터'가 유리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유효타를 중시하는 아마 복싱에서 이러한 공격 의지는 채점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시영을 완성된 복서로 보기는 어렵다. '사우스포'와 '아웃복서'의 강점이 있지만 이를 극대화하는 '풋워크(Foot Work)'에 약점이 있다. 발 기술이 떨어질 뿐 더러 무엇보다 펀치력이 취약하다. 주먹을 뻗으면서 체중을 싣지 못해 순간적으로 힘을 모으는 훈련이 덜 돼 있다고 복싱인들은 입을 모은다. '위빙(Weaving)'과 '더킹(Ducking)' 등 수비 동작도 취약해 상대에게 많은 펀치를 허용하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배우였던 이시영은 뒤늦은 나이에, 그것도 복서의 꿈을 꾸고 권투계에 입문한 건 분명 아닐테니까. 기술은 부족할 지 몰라도 복싱서 가장 중요시하는 근성은 여느 선수 못지 않다. 이시영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본인의 갤러리에 "요즘은 10시가 되기도 전에 잠이 들고 새벽에, 오전에, 오후에 운동하고 밥먹고 반복이거든"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저 복싱이 좋아 운동을 했을 뿐인데 그를 의도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는 듯해 불편하다. 판정 논란으로 그가 받을 상처를 모르지 않으나 복서 이시영을 계속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이시영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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