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3.04.20 03:01 / 기사수정 2013.04.20 08:56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최근 유럽 축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를 둘러싼 공기는 이미 이상 조짐을 보인 지 오래고 수많은 언론들이 루니와 맨유의 결별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으론 자연스런 현상이다. 한 클럽에서 오래 뛴 선수들에게 뒤따르는 곤욕스러운 헤프닝일 수도 있다. 이미 스티븐 제라드(리버풀)를 비롯해 프랭크 램파드(첼시) 등이 그랬다. 루니 역시 예외일 순 없다. 2004년부터 뛰어 맨유생활 10년째를 바라보는 루니에게도 비슷한 위기설이 찾아왔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순 없는 법. 루니 주변으로 감도는 이적설이 단순한 추측에 불과하다고 본다면 오산이다. 최근 들어 보이는 맨유 공격진 내 이상기류가 이를 잘 대변한다. 이번 시즌 부쩍 줄어든 루니의 출전기록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그 중심엔 대니 웰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있다. 지난 시즌부터 임대복귀한 웰백의 급성장세가 루니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대니 웰백의 급성장, 루니를 위협하다
루니는 지금 위기다. 맨유 공격편대에서 자리를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골잡이 로빈 반 페르시의 가세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해결사 본능 속에 루니는 최전방 공격수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최근엔 중앙 미드필더로까지 보직을 변경하는 모습도 보여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미 루니를 둘러싼 이상기류는 지난 시즌부터 감지됐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표출된 시점은 바로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이었다. 강호 레알 마드리드를 만난 맨유는 루니보단 웰백에게 더 힘을 실어줬다. 2차전에선 아예 루니 대신 웰백을 선발로 기용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기회를 잡은 웰백은 기대에 부응했다. 1차전 선제골을 비롯해 1, 2차전 모두 활발한 움직임과 전방위 압박으로 레알을 위협했다.
웰백의 맹활약에 주변의 시선이 집중됐다. 16강 1,2차전이 끝나고 데일리메일과 더선 등 영국 언론들은 루니를 대체할 최대 적임자로 웰백을 손꼽았다. 맨유는 물론,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진 구성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오갔다.
맨유 고유의 4-4-2 전형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예로부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투톱 전형을 즐겨 사용했다. 이들 투톱엔 역할분담도 확실했다. 한 선수가 골잡이 노릇을 하면 한 선수는 넓은 활동반경과 활동량으로 공격에 물꼬를 트는 조합이었다. 이전까지 루니가 공격첨병으로 투톱의 한 자리를 지켜왔지만 웰백이 동일한 역할을 더 잘 해낼 수 있음이 입증됨에 따라 루니의 팀내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분석이다.
중앙MF 루니, 공생의 해결책 될까
위기가 닥치자 루니도 생존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다 찾은 것이 보직변경이다. 지난 웨스트햄전에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퍼거슨 감독은 "루니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다"며 이유를 설명했지만 중앙 미드필더로 완전히 포지션을 변경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 가운데 영국 현지 칼럼리스트 로비 세비지는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19일(한국시간) 선데이미러에 실린 자신의 칼럼을 통해 루니의 잔류를 주장하고 나섰다. 단 조건이 달렸는데 바로 "폴 스콜스의 역할을 루니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앙 미드필더 루니에 높은 점수를 줬다. 동시에 스콜스 대체자로 다름 아닌 루니를 지목한 셈이다. 맨유는 오랜 기간 스콜스의 후계자를 수소문했다. 웨슬리 스네이더(갈라타사라이) 등 여러 선수들이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소득은 없었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싱력을 지닌 중앙 미드필더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 가운데 루니가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잠재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여러 난제 속에 선수층이 얇아진 중원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특유의 저돌적인 움직임과 공격 방향 전환에 일가견을 보이며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이번 시즌 초반 맨유가 보인 다이아몬드 전형에서 중앙 꼭지점에 위치해 전형 유지에 크게 기여한 바도 있다.
퍼거슨 감독은 루니의 이적설을 일축했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며 이적 가능성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 루니의 중앙 미드필더 활약여부는 더욱 주목받게 됐다. 잔류시 공격진들과의 공생을 이룰 최적의 대안이란 평가다. 모든 것은 루니의 손에 달렸다. 과연 이적을 택할지, 잔류와 변신 혹은 기존의 입지를 고수할 수 있을지 루니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대니 웰백, 루니와 스콜스 (C) 폭스스포츠, 선데이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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