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2.17 18:08 / 기사수정 2007.12.17 18:08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이보다 더한 명승부는 없다'
축구를 볼 때 팬들에게 가장 짜릿함을 안겨주는 것은 승리에 잔뜩 굶주린 선수들의 치열한 승리욕이 아닐까 싶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선수들의 뜨거운 몸부림과 욕망은 축구팬들에게 희열과 감동을 안겨주며 경기의 재미를 더해간다. 자고로 승부의 세계에서는 상대방을 꺾어야 하는 존재 하나만이 승리의 참된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녹색 그라운드 안에서 혈전 펼치는 22명의 선수는 자신의 몫을 해내며 상대팀 전술과 움직임에 따른 일사불란한 경기력을 펼친다.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거친 몸싸움 대결과 신경전, 상대팀 골문에 비수를 꽂기 위해 틈을 노리는 선수들의 모습, 어느 경기 때보다 더욱 치열한 수비수와 공격수의 양보 없는 승부는 경기를 보는 축구팬들을 더욱 설레게 하는 한편의 드라마 혹은 명승부라는 존재감으로 남게 된다.
'붉은 장미의 전쟁'으로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의 16일 경기는 축구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던 멋진 한판이었다. 두 팀 경기는 174번째 벌어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으로서 '우리 팀은 잉글랜드 최고다'라는 우월감을 앞세워 오랫동안 뜨거운 맞수 관계를 형성했다. 더구나 두 팀은 리그 상위권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어 경기 초반부터 불꽃튀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두 팀 감독과 선수들은 경기 전 '이번 경기는 특별한 경기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다지며 전형적인 라이벌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22명의 선수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방을 힘으로 제압하거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려는 팽팽한 힘싸움을 펼치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비장한 모습을 발휘했다. 전반 30분까지 '퍼디난드-토레스', '제라드-안데르손', '에브라-아르벨로아', '하그리브스-리세'의 얼굴 맞대는 신경전이 벌어질 정도로 축구 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라이벌전의 결과를 가른 것은 문전에서의 세밀한 경기력. 맨유의 안데르손과 파트리스 에브라는 전반 28분과 31분, 골문 안쪽으로 향하는 리버풀의 슈팅을 침착하게 걷어내며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이에 맨유는 전반 43분 라이언 긱스의 오른쪽 코너킥에 이은 웨인 루니의 절묘한 문전 패스, 리버풀 수비진을 여유있게 따돌린 카를로스 테베즈의 슈팅이 차례로 이어지며 선취골을 만들어냈다. 테베즈의 골은 라이벌전의 열기를 더해가는 촉매제가 됐다.
홈에서 지지 않겠다는 리버풀은 승부의 고비점이 되는 후반 중반 요시 베나윤과 피터 크라우치를 투입하며 승부의 치열함을 고조시켰다. 사비 알론소의 부상 공백으로 후반 초반부터 미드필더진에서의 패싱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지만 맨유를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정신력이 한 껏 치솟으면서 중앙 쪽으로 거침없이 공격 전개했다. 후반 30분에는 바벨이 아크 왼쪽에서 골문을 살짝 스치는 과감한 슈팅을 날리며 맨유 골키퍼 에드윈 판 데사르의 간담을 서늘케 했었다.
1-0으로 앞선 맨유는 후반 막판들어 거세진 리버풀의 공세에 밀리지 않으려는 굳히기 싸움에 들어갔다. 후반 37분 테베즈를 빼고 마이클 캐릭을 투입하여 루니를 제외한 전 선수들이 수비 진영에 깊게 가담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 '제라드-하그리브스', '크라우치-비디치' 맞대결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치열한 공방전이 맨유 진영에서 벌어지면서 '앤필드 전투'의 긴장감을 더해가게 했다.
붉은 장미의 전쟁은 맨유의 승리로 끝났지만 승리욕에 불탄 선수들의 경기력과 의지는 한 치의 우열조차 가리기 힘들었다. 경기에 출전한 선수 전원은 라이벌전 승리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는 처절한 육탄전으로 승부에 대한 치열함과 경기를 명승부로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거침없이 선사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보여줬던 두 팀 선수들의 승리욕과 투지를 보며 축구의 짜릿함과 진정한 매력을 떠올리게 했다. "리버풀과 항상 경기할 때마다 다른 경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무엇인가 있다"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경기 전 인터뷰처럼 오랫동안 대립각을 쌓았던 맨유-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최고 라이벌전은 축구의 아름다운 묘미를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사진=하그리브스와 리세가 경기 도중 신경전 벌이는 장면 (C) Manut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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