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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무비 레시피] 올 봄, 묻히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영화들

기사입력 2013.04.15 08:3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신선하고 좋은 재료는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다. 이처럼 영화 이야기를 하기에 뛰어난 영화만큼 좋은 소재가 있을까?

관객들에 따라 '좋은 영화'에 대한 시각은 다르다. 어떤 이는 대중들이 쉽게 공감하며 즐길 줄 아는 영화를 선호한다. 반면 다른 이는 영화는 사회와 대중들에게 뚜렷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입장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정답은 없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는 영화는 '흥행'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완성된 상업영화들이다. 흔히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이들 영화들은 홍보사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풍부한 스크린 수를 동원해 많은 관객들을 동원한다.

반면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존재한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는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 결국 상업영화와는 달리 적은 스크린 수에 만족해야 한다. 여기에 홍보도 부족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다. 또한 한국 상업영화의 붐으로 인해 외화의 관심은 한풀 꺾였다. 외화의 경우 어지간히 큰 영화가 아니고서는 100만 단위의 관객들을 불러 모으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올 봄, 많은 영화들이 간판을 걸었다. 비수기인 봄이지만 작품성을 갖춘 좋은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았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영화가 있었다. 놓쳐서는 아까울 몇몇 작품들을 간추려보았다.

무비 레시피 재료 : 플라이트, 링컨, 제로 다크 서티, 킬링 소프틀리



플라이트 :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덴젤 워싱턴 주연 ▶국내 관객수(20,491)


뛰어난 비행 조종 실력을 빼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파일럿의 이야기를 그린 '플라이트'는 국내 관객들에게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할리우드의 거장인 저메키스 감독까지 처음으로 내한해 영화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관객들을 반응은 시큰둥했다.

'플라이트'는 매스컴이 한 인간을 어떻게 영웅으로 포장하고 그 인물의 실체가 어떠한지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 빠진 주인공 휩 휘태커(덴젤 워싱턴 분)가 자신의 거짓을 뉘우치고 양심고백을 선언하는 마지막 장면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경력이 있는 덴젤 워싱턴은 몇몇 평론가들에게 "플라이트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얼마 전 타계한 영화 평론의 거장 로저 애버트는 "플라이트는 저메키스가 만든 최고의 영화"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2만 관객 동원이라는 초라한 관객동원에 묻히기엔 아까운 '미국판 인간 극장'.



링컨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 ▶국내 관객수(136,636)


올해 아카데미 최다인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작품. '링컨'은 아카데미에서 재미를 본 작품이 더 이상 국내 흥행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준 영화다. 그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았지만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링컨'은 스필버그가 만든 오락영화와는 정 반대에 있는 영화다. 이 작품에는 남북전쟁의 스펙터클한 전쟁 액션이 없다. 또한 관객들을 매순간 유쾌하게 만드는 유머러스한 장면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노예해방이라는 위대한 과제를 위해 추악한 방법인 '정치 로비'를 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또한 캐릭터들의 대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노예제도 폐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의원들이 다양한 의견은 충돌한다. '링컨'은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야하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힘든 제도인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아카데미 통산 3회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업적을 세운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단연 최고다.



제로 다크 서티 :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 ▶국내 관객수(108,978)


소규모영화라도 한국인의 정서와 부합되는 국내 영화가 개봉되면 어지간한 외화들보다 좋은 흥행 기록을 세운다. 세상을 뒤흔든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 추격사건에 한국인들은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제로 다크 서티'는 올 봄 개봉된 영화 중 잊히기엔 너무나 아까울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다.

'제로 다크 서티'는 빈라덴 추격에 나섰던 실존 인물들의 증언과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굳이 빈라덴 추격전이라는 주제를 떠나도 이 영화는 볼거리가 풍부하다. 긴박감이 넘치는 추격전에 다큐멘터리 기법을 도입한 비글로우 감독의 연출은 탁월하다. 미국 특수부대가 빈라덴이 칩거하는 공간으로 잠입할 때의 장면은 흥미진진하다. 핸드 헬드 카메라만 사용해 찍은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킬링 소프틀리 : 앤드류 도미닉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 ▶국내 관객수(6,403 : 14일 기준) 현재 상영 중


영화는 많은 대사로 인해 흥하는 경우가 있고 망하는 경우도 있다. 하드보일드 느와르 '킬링 소프틀리'는 전자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 영화에 브래드 피트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한다. 하지만 출연 배우들의 맛깔 나는 대사는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극히 적은 수의 스크린에서 개봉됐지만 1주일 동안 6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비교적 선전했지만 더 알려지기엔 한계가 극명한 영화다.

평등한 국가라는 미국은 실체는 '돈'만이 있을 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될 시점에서 진행되는 '킬링 소프틀리'는 미국 사회의 가려진 이면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평범하다 못해 하잘 것 없이 보이는 보스턴 뒷골목의 갱들 역시 매우 현실적이다.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냉혹한 킬러 잭키(브래드 피트 분)는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였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킬링 소프틀리 스틸컷, 플라이트, 링컨, 제로 다크 서티, 킬링 소프틀리 영화 포스터]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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