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2.07 18:18 / 기사수정 2007.12.07 18:18
[엑스포츠뉴스=김범근 기자] '핌 베어벡, 이젠 적장으로 만나다'
무려 6년 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석코치와 감독을 보낸 핌 베어벡(51)이 호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호주 대표팀 감독직에 대해 평소 관심을 드러낸 베어벡은 목표를 이룬 셈이고 2010 남아공 월드컵 진출을 목표로 하는 호주로서는 힘찬 출발을 하게 되었다.
베어벡은 내년 2월 6일 2010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향후 3년간 호주 대표팀을 이끌게 되었다. 그와 FFA(호주축구연맹)간의 구체적인 계약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호주는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아시아 무대 첫 대회였던 2007 아시안 컵에서 8강에 그치는 등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2010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을 앞두고 있는 호주로서는 전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시아 축구에 정통한 베어벡이 제격이라고 볼 수 있다.
'부메랑', 그리고 '지피지기 백전불태'
어떻게 보면, 베어벡의 호주 행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바로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인 베어벡을 우리 스스로 적으로 만든 것이다.
베어벡은 국가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동시에 맡고 있을 재임 당시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내며 세대교체를 진행했고,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비교적 무난한 경기력을 보이며 대체로 대표팀 내의 질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지피지기백전불태 (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 이제 한국은 이러한 베어벡을 두려운 대상으로 봐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베어벡이 한국축구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그가 키워낸 선수들은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고, 이러한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장단점은 모두 베어벡 손안에 있다. 또, 2번의 월드컵을 거치며 지난 6년간 대표팀을 지켜오며 축적한 정보, 즉 전술적 특징, 대표팀만의 특별한 사항 등은 베어벡 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떠나보낸' 베어벡이 우리에게 다시 '위협'으로 되돌아 올지도 모르는 아쉬움과 씁쓸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국과 호주가 만난다면?
이에 따라 같은 아시아축구연맹(AFC)소속의 한국과 호주의 맞대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과 호주가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
3차 예선에서 한국은 북한, 요르단, 투르크메니스탄과 함께 3조에, 호주는 이라크, 카타르, 그리고 중국과 1조에 속해있다. 특히 호주는 같은 1조의 이라크와 카타르가 지난 아시안 컵과 아시안 게임 대회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어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과 호주는 과연 맞대결을 펼칠 수 있을까?
3차 예선을 통과한 10개의 팀은 5개 팀씩 2개조로 나뉘어 최종예선을 치르게 된다. 양 팀의 3차 예선 통과 여부가 무난하다고 평가되어지는 가운데, 최종예선에서 서로 대결을 피할 순 없어 보인다. 만약 대결을 펼치게 된다면 '지한파' 베어벡과의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한국축구는 베어벡이 떠난 뒤, 아직도 새 감독을 찾지 못한 채 외로운 항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6년간 '정든' 베어벡이 타 대표팀 감독으로서 조금 어색하기도 하지만, 조언자로 남길 바랬던 베어벡을 적장으로 맞아야 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축구가 미래의 베어벡과의 대결에서, 미소를 지을지 또는 베어벡을 떠나보낸 눈물을 흘릴지, 벌써 부터 궁금해지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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