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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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디트로이트, 카브레라와 윌리스를 품에 안다.

기사입력 2007.12.06 02:12 / 기사수정 2007.12.06 02:1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메이저리그의 구단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던 선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아니라 미겔 카브레라였습니다. 두 선수 모두 3루수에 리그 최고의 타격을 자랑하는 선수였지만 지나치게 몸값이 비싼 에이로드에 비해 저렴하고 나이도 어리며 장래성마저 밝은 카브레라에게 눈독을 들인 구단들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일찌감치 에이로드가 뉴욕 양키스의 잔류를 선택한 이후, 언론의 시선은 미겔 카브레라와 투수 중에서 가장 대어로 평가되는 요한 산타나에게 맞춰지고 있었습니다. 당초 카브레라는 LA의 두 구단인 다저스와 에인절스로 둥지를 옮길 확률이 높아보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이변이 일어났고 거기에 같은 팀 동료인 젊은 좌완투수 돈트렐 윌리스마저 카브레라와 같은 팀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내년 시즌부터 두 선수는 모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또다시 한솥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우선 디트로이트가 LA의 두 구단에게 역전승을 거두며 이 두 선수를 영입한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양키스의 전 감독인 조 토레 감독을 영입하고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뛰어난 FA를 잡겠다고 표명한 다저스는 에인절스보다 먼저 카브레라 영입 전선에서 이탈했습니다.

  이후, 미네소타 트윈스의 외야수였던 ‘홈런 사냥꾼’ 토리 헌터를 데려오는데 성공한 에인절스는 또다시 공격적인 태도로 카브레라마저 영입하는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유망주 중 상당수의 선수를 달라는 플로리다 말린스의 요구를 끝내 관철시키지 못했습니다.

  당초 에인절스는 팀 내 유망주 중, 투수인 어빈 산타나와 닉 아덴하트, 그리고 2루수인 하위 켄드릭과 포수인 제프 메티스 중 한 명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말린스 구단은 산타나와 아덴하트 두 투수를 모두 요구하는 바람에 카브레라 영입전선에서 한발자국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비집고 올라선 팀이 바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였습니다. 디트로이트는 작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올랐던 것을 토대로 2007 시즌에만 홈 관중 300만 명을 돌파한 인기 구단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팀의 구단주인 마이클 일리치는 사실 메이저리그 구단주들 중, 2번째로 막대한 재산을 가진 부자로 유명합니다.(1위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칼 폴래드) 피자 재벌로 재력을 쌓고 있는 일리치는 작년 시즌부터 타이거스가 선전했던 것을 계기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었으며 그것이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디트로이트는 미국 북부지역에 위치한 도시 중, 백인 인구가 적은 편에 속하는 도시입니다. 야구팬들의 대다수를 이루는 백인들이 부족한 도시임에도 일리치 구단주는 디트로이트 시에 대한 구단 홍보에 열을 올렸으며 그것이 올해, 타이거스 구단 사상 최다관중동원의 결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설마 했던 카브레라의 영입마저 이루어 냈습니다. 거기에 기복이 심하지만 아직 젊은데다가 경험을 쌓고 잘 다듬기만 하면 미래에 특급 투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흑인 좌완 투수 돈트렐 윌리스마저 데려왔습니다. 이미 팀과 1년 재계약을 마친 ‘백전노장 에이스’ 케니 로저스와 기존의 에이스 원투펀치인 저스틴 벌렌더, 제레미 본더맨이 버티고 있는 선발진에 윌리스가 가세한다면 아메리칸 리그에서 어느 팀도 부럽지 않을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카브레라가 가세한 타이거스의 타선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중심타선에 카브레라를 필두로 그 뒤를 받쳐주는 올 시즌 타격왕인 매글리오 오도네스와 팀의 리더 격인 게리 세필드 등을 생각하면 어느 팀에게도 떨어지지 않는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1, 2번을 맞고 있는 커티스 그랜더슨과 플라시도 블랑코, 그리고 하위타선에 포진된 에드가 렌테리아와 카를로스 기엔 등은 모두 쟁쟁한 타자들이며 기엔 만이 297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3할 대를 넘었었고 기엔은 오도네스와 함께 팀 내에서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타자입니다.

  이번 시즌의 타격 성적을 놓고 타순을 짜보면 그야말로 카브레라가 가세한 타이거스의 타선은 양키스에 버금갈 정도의 위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지 화려한 라인업이 아닌 1번에서 9번까지 타순의 균형적인 짜임새가 우선이 돼야할 것이고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한 만큼 공격의 맥이 끊길 위험성도 분명히 내포하고 있습니다.

  균형적인 선발라인에 막강한 화력이 가미된 타선들을 제대로 조율하려면 이제 메이저리그의 손꼽히는 명장인 짐 린랜드 감독의 역할이 크다고 전망합니다. 2006 시즌에 모래알처럼 분산된 팀을 조화롭게 융화시켜 끈질기고 근성 있는 팀으로 탈바꿈시킨 린랜드 감독의 역량이 제대로 빛을 발휘한다면 내년에도 아메리칸리그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지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에 위협적으로 도전할 팀은 바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될 것입니다.

  대신 디트로이트도 카브레라와 윌리스를 데려오기 위해 결코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습니다. 일리치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신인들을 데려오는 데에 보너스를 아끼지 않았던 구단의 방침에 호응을 얻은 유망주들은 대거 타이거스 행을 선택했습니다. 그 중에서 대학진학이 유력했던 초고교급 선수인 카메론 메이빈과 역시 유망한 투수였던 앤드류 밀러 등은 타이거스의 미래를 책임질 특급 유망주였습니다. 미래의 장기적인 포석을 놓고 보면 이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히 컸지만 타이거스는 이 두 명의 선수를 포함한 6명의 유망주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습니다.

  어찌 보면 카브레라와 윌리스, 이 두 명의 특급 선수를 데려온 타이거스가 상당한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를 놓고 보면 말린스 역시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은 셈입니다. 메이빈과 밀러를 포함한 6명의 선수를 데려왔다는 점은 유망주를 키워서 다시 FA 시장에 내다 파는 말린스의 사업 스타일이 꽤 실적을 거둔 셈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제 디트로이트가 당장이라도 월드시리즈 우승권에 근접한 팀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며 이런 풍부한 선수 진을 과연 릴랜드 감독이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관건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타이거스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작년과 올해처럼 좋은 성적을 거두면 내년 시즌에도 300만 관중을 돌파하는 흥행기록을 새롭게 수립하리라고 예상됩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디트로이트의 농구 팀인 피스톤스에 비하면 한낱 관심권 밖의 팀이었으며 다른 구단들에겐 1승 상대의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이제 아메리칸 리그에서 전통의 강호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탈바꿈해 있습니다.

  카브레라와 윌리스 영입으로 인한 효과가 제대로 팀 성적에 반영될지는 내년 시즌 뚜껑이 열려지면 나타날 것입니다. 과연 작년 시즌과 올 시즌보다 더한 거친 포효를 하는 타이거스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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