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MBC가 다시 한 번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사극을 내놨다. 지난해 여름 방송됐던 '아랑사또전'이 구전으로 이어져 오던 옛이야기에서 주제를 가져왔다면, 새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는 '반인반수'라는 고유의 이야기 구조로 시청자를 찾아왔다.
MBC 새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가 8일 첫 방송 됐다. 같은 날 SBS는 배우 김태희와 유아인을 내세운 '장옥정'을, 앞서 1일 KBS가 배우 김혜수·오지호 주연의 '직장의 신'을 내보냈다. 두 편의 사극과 한 편의 현대극이 맞붙는 형국이다.
기존 사극이 고연령층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데 반해, '구가의 서'와 같은 소위 판타지 사극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을 끌어안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특성이 있다. '구가의 서'는 주연 배우에 가수 이승기와 수지를 발탁하며 적극적으로 젊은이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애썼다. 여러 연령층의 요구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갖춘 셈이다.
'구가의 서'제작진의 면면만 살펴봐도 그 의도를 읽어낼 수 있다. 연출을 담당한 신우철 PD는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을 만들었다. 감각적인 트렌디 드라마에 일가견이 있다. 각본을 쓰는 강은경 작가는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등을 통해 여러 연령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집필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극이라는 점 덕분에 '구가의 서'는 방송 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았다.
첫 방송에서 보여준 이야기 전개와 영상은 제작 의도의 결정체와도 같았다. 산 속에 머물던 지리산 수호령 구월령(최진혁 분)의 등장과 기생집 춘화관 행수기생 천수련(정혜영)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며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천수련이 오고무를 선보이는 모습에서는 과감하게 원색을 이용하며 독특한 색감으로 눈을 사로잡았다.
다만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은 자칫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 작품들이 대개 무리한 CG사용과 억지스런 설정으로 비판받았던 전례가 있는 데다, 극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연령대가 어리다는 점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일 수 있다.
그동안 국내 드라마에서 꾸준히 지적받던 어설픈 CG의 문제는 '구가의 서'도 피해가지 못했다. 주인공 최강치(이승기)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 첫 회부터 약점을 노출했다는 점은 아프로 많은 부분에서 CG가 이용될 것으로 보이는 후반부에 대한 걱정을 더하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적 요소의 아쉬움은 이야기 전개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제작진은 2일 서울시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구가의 서' 제작발표회에서 "사람은 될 수 없지만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강치의 인간되기 여정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되돌아본다는 의도를 담았다"고 밝혔다. 연출과 각본을 담당한 두 사람의 전작은 이 작품이 뻔하지 않은, 새로운 사극의 예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한편 이날 '구가의 서'에서는 최강치의 부모 구월령과 윤서화(이연희)가 첫 만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졌다. 서화는 아버지 윤참판이 세상을 뜬 뒤 관기로 끌려가게 된다. 아버지의 원수 조관웅(이성재)과 밤을 보내게 된 서화는 도망을 선택하고, 이 과정에서 구월령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다. 이후 서화와 사랑에 빠진 구월령은 '구가의 서'를 찾아 사람이 되고자한다.
'구가의 서'는 반인반수로 태어난 최강치가 사람이 되기 위해 벌이는 모험을 그린 드라마다. 매주 월·화요일 오후 9시 55분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린다. 과연 '구가의 서'가 그동안 많은 판타지 사극이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온 '유치하다'는 통념을 극복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 = 구가의 서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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