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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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의 거장' 로저 에버트, 최후에도 그의 곁에는 영화가 있었다

기사입력 2013.04.05 17:26 / 기사수정 2013.04.05 17:3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 평론가이자 이론가인 로저 에버트(1942~2013)가 70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USA투데이와 미국의 공중파 방송들은 지난 4일(현지시간) 암 투병 중이던 에버트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의 사망과 관련해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성명을 통해 "로저 에버트는 영화의 매력을 잡아내 우리를 마술의 세계로 데려다줬다"고 애도했다.

미국 대통령의 애도를 받을 정도로 에버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많은 대중들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 그의 영화평부터 찾았다.

일리노이 주 어바나 출신인 그는 일리노이대학과 시카고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7년부터 시카고 선타임스에서 영화 담당 기자 및 영화 평론가로 활동한 그는 번득이는 평론으로 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1975년 영화평론 쪽으로는 처음으로 평론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이 상으로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고 영화 관련 서적 출판을 제의하는 출판사들의 문의도 늘어났다. 애버트의 활동 영역은 TV방송으로까지 이어졌다. 1975년부터 '시카고 트리뷴'의 영화 담당 기자인 진 시스켈과 함께 영화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엄지를 올리거나 내리는 제스처를 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애버튼의 이러한 영화 평가 방법에 대해 '투 섬스 업(Two Thumbs Up)'이란 말이 붙기도 했다. 또한 에버트는 영화 관련 서적도 15권이나 집필하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위대한 영화'를 찾는데 늘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힌 그는 '올드 보이'에 대한 평론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에 대해 애버튼은 "나는 한국영화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 평론가 집단은 한국영화를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영화들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한 뒤 "올드 보이는 주인공들의 행위가 주제의식과 목적을 대변해주는 영화다. 이러한 영화는 현재 미국에서는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의 사망과 함께 마지막으로 쓴 글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영화와 함께한 과거를 돌아보면서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극장에서 뵙겠습니다"라고 전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암시한 듯 독자들을 향해 이별의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하지만 "극장에서 만나자"라는 마지막 인사를 통해 영화가 살아있는 한 자신의 존재도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서도 그의 곁에는 영화가 있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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