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팬들이 바라는 성적이 있듯이, 내 마음 속에도 원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지휘봉을 잡은 초보감독 염경엽이 밝힌 올 시즌 출사표다.
넥센은 지난 시즌 초반 8연승을 내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전반기를 3위로 마칠 때만해도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은 밝았다. 그러나 막판 체력저하와 부상으로 결국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염경엽 감독 체제로 재편한 넥센이 심기일전해 2008년 히어로즈 창단 이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낼 수 있을까. 올 시즌 진짜 '히어로즈'로 거듭날 준비를 마친 넥센이 신발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시즌에 나선다.
▲ '올해는 더 달린다' 넥센의 발야구
넥센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발야구'다. 염 감독은 "우리 팀이 수비에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뛰는 야구' 측면에서는 다른 팀보다 장점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능력을 높이 산 바 있다.
넥센은 지난 시즌 팀 도루 1위(179개)를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장기영(32개)과 서건창(39개)이 있었다. 둘은 지난해 무려 71차례나 베이스를 훔치며 '테이블세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상대투수를 괴롭히면서 루상에 나가 내야까지 흔들며 경기를 주도했다. 두 사람은 이번 시즌에도 1,2번 타순에서 팀 공격을 이끈다.
시범경기에서도 넥센의 발야구는 조짐이 보였다. 역시나 중심에는 서건창(5개)과 장기영(3개)이 있었다. 여기에 지원부대도 가세했다. 유재신, 정수성(이상 3개), 이택근(2개), 유한준, 김민우, 이성열, 박헌도, 신현철(이상 1개) 까지 모조리 뛰는 야구에 가담하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넥센은 시범경기에서 평균 팀 도루 1.9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이었던 1.3개를 상회하는 수치다.
더구나 지난해 '20-20'을 달성했던 박병호와 강정호는 빠진 수치여서 이들까지 합세한다면 올해는 작년을 뛰어넘어 팀 도루 기록까지도 깰 것으로 보인다.
염 감독은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한다고 해도 분명 얻는 것이 있다. 도루를 시도한다는 자체가 상대를 괴롭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일을 낼 것 같은' 다크호스로 꼽히는 넥센이 더 잘 뛸수록 다른 팀들은 바짝 긴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이택근-박병호-강정호' 클린업트리오의 폭발력
넥센의 올해 중심타선은 어느 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우타자라인은 정교함과 묵직함을 동시에 갖췄다.
팀의 주장인 이택근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4리와 1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시즌 대활약을 예고했다. 이택근은 올 시즌 목표에 대해 "(박)병호나 (강)정호 같은 장타자들이 있기 때문에, 출루를 많이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4번타자로 나설 박병호는 지난해 홈런(31개), 타점(105점), 장타율(0.561) 1위를 기록하며 얻은 명성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각오다. 시범경기에서 친 안타 4개가 모두 홈런일 만큼 폭발력은 여전하다.
유격수 강정호는 5번 타선에 나서며 공수의 키플레이어로 역할을 감당한다. 유격수로는 이종범(한화 이글스 코치)에 이어 역대 2번째로 '20-20' 클럽에 가입하며 호타준족임을 증명한 그는 이번 시즌에도 뛰고 달리는 건 물론, 루상에 있는 주자까지 청소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시즌을 시작한다.
▲ 외국인 원투펀치+국내파로 마운드 중심 잡는다
지난 시즌 27승을 합작한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16승)와 앤드류 밴 헤켄(11승)은 이번 시즌에도 넥센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현과 강윤구, 장효훈 등 '국내파' 선발진도 승수쌓기에 나선다.
김병현은 올해 3선발로 낙점됐다. 국내무대로 돌아온 첫 해인 지난 시즌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시즌은 적응을 끝낸 만큼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병현은 시범경기에서 2차례 선발 등판해 승패 없이 방어율 3을 기록했다.
제구력을 보완한 좌완 강윤구는 4선발 임무를 맡았다. 이전에는 시속 150㎞가 넘는 공을 던지면서도 제구에 애를 먹었지만, 스프링캠프를 통해 볼 컨트롤을 가다듬으며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염 감독 역시 "강윤구가 제 역할을 해줘야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또 시속 150km에 이르는 강속구를 자랑하는 장효훈도 선발진에 합류하며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을 태세다.
불펜에는 문성현, 한현희, 이보근, 이정훈, 박성훈 등이 출격준비를 끝낸 상태다. 마무리는 '철벽' 손승락이 책임진다.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생각하는 야구'를 주문한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역할에 맞는 훈련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은 넥센이 다크호스에 머물지 않고 '진짜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김병현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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