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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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남자대표팀을 위한 세 가지 변명. - 1.

기사입력 2007.12.03 12:44 / 기사수정 2007.12.03 12:44

조영준 기자

    


(대표팀 미들블로커로서 꾸준하게 활약해 주고있는 하현용)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7 FIVB 월드컵 남자배구대회도 이제 막을 내렸습니다. 대회 사상 최악의 성적을 낸 것으로도 부족해 참가국 12개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북중미의 다크호스인 푸에르토리코를 세트스코어 3-2로 누르고 11위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세계챔피언인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진출 티켓을 따냈고 3위권 팀에게 주어지는 나머지 두 장의 티켓은 각각 러시아와 불가리아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팀은 출국 전, 중위권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습니다. 한국 남자 대표팀 전체를 비관적으로 평가해서가 아니라 모든 준비과정과 선수 구성을 보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여자팀과 마찬가지로 4승정도 올려달라는 기대는 내심 가졌지만 그것도 현실적으로 무리한 기대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아까웠던 호주와의 개막전 패배로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으며, 2차전인 일본과의 라이벌 전에서는 멘탈적인 부분을 극복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평균연령이 23세에 불과한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한국팀에겐 좋지 않은 출발과정이 여러모로 사기 저하를 가져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필자는 이 연재코너를 통해 남자 대표팀에 대한 따가운 비판을 종종해왔지만 지금은 그것에 반하는 글을 남기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시각에서 다루어 보려고 하며 그들이 왜 이 정도의 성적밖에 낼 수 없었고 근본적으로 현재 대표팀에게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를 예정어린 시각으로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1. 공격엔 능하지만 수비가 안 되는 선수들의 조합.

  월드컵을 치르면서 주장인 신영수(대한항공)와 문성민(경기대), 그리고 박준범(한양대)과 같은 선수들에게 국제대회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뭐라고 묻자 이들은 모두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바로 국내 무대와는 차원이 다른 강서브를 받기가 너무나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주전 윙스파이커로 뛰었던 신영수와 문성민, 박준범, 김학민(대한항공) 그리고 김요한(LIG 손해보험)등은 모두 소속 팀에서 수비는 다른 선수들에게 돌리고 공격에만 전념하는 선수들입니다. 팀의 주포가 수비는 다른 선수에게 맡기고 공격에만 전념하던 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오던 바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리베로만이 수비를 담당하고 다른 윙스파이커들은 공격에만 전념하는 그런 팀들은 국제적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서브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적으로 리시브에 불안을 보이는 선수들에게 서브가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이런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후위에 위치한 선수들은 누구도 리시브를 받아야할 준비가 갖춰져야 되고 그런 강서브를 많이 접해본 유렵과 북중미, 그리고 남미 선수들은 강서브에 대한 적응력이 한국 팀보다 뛰어났습니다.

  서브의 발전은 리시브의 발전을 가져다주고, 더욱 강력한 공격이 발전하면 그것을 막아내는 수비력 역시 발전하게 됩니다. 이런 복합적인 발전의 배구에 따라가지 못한 한국 배구의 지도방식은 결국 리시브와 수비에 허약한 공격수들을 양산하게 되었습니다.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리베로인 여오현만 수비를 받아내려고 악착같이 몸을 던지고 근성을 보이는 면을 두고선 많은 배구 팬들은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투지마저 실종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어린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도 지향돼야 할 점이지만 이미 수비보다는 공격할 위치에 들어서는 버릇이 꾸준하게 몸에 베어있던 선수들은 수비에서 근성을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이나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팀의 최고 문제점으로 지적한 서브리시브 부분도 하루아침에 발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리시브가 살아나려면 그만큼 많은 강서브를 직접 경험해봐야 익숙해지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팀들 중 가장 약한 서브를 구사하는 대표팀을 보면 한국이란 무대가 리시브 능력이 살아날 좋은 풍토는 결코 되지 못합니다.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 중 유일하게 리시브와 디그에서 2위를 기록한 여오현도 작년 월드리그에 처음 참가할 때만 해도 서브리시브에서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그만큼 강한 서브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지 못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작년 월드리그와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그리고 올해 열렸던 월드리그와 아시아선수권 등을 거치며 여오현의 능력은 지금처럼 발전한 것입니다.

  그동안 국내 무대만으로는 강한 서브에 대한 적응력과 수비적인 부분에서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려면 다소 문제점을 많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리시브와 수비에 약한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서 자신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을 것이고 공격만 잘하는 선수는 국제적으로 결코 경쟁력이 없는 선수인 것을 몸소 체험했을 겁니다.

  배구의 시작인 서브와 리시브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러 말이 필요 없습니다. 이러한 교육의 장은 국제 대회만큼 좋은 무대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젊은 선수들이 한층 발전하려면 공수주에서 균형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자신을 완성시키는 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사진 = 대한배구협회>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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