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자국 선수인 김연아(23)의 쪽으로 팔이 굽어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야하는 입장에서는 아사다 마오(23)를 비롯한 타국 선수들의 장점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15일 새벽(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 위치한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나타난 결과는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었다.
한 대회에서 심판들의 채점을 객관성과 동시에 '일관성'도 유지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점수의 경향은 대체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몇몇 선수들을 피해갔다. 특히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이 인정받는 부분에서는 정점에 도달했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무난하게 성공시킨 듯 보였지만 회전수 부족은 물론 두 발로 착지를 하는 실책을 범했다. 보통 이런 실수를 할 경우 다운 그레이드나 언더 로테 판정이 매겨진다. 그러나 아사다는 두 발 착지 후에도 가산점을 챙겼다.
이와 비교해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은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로 도약) 판정이 매겨졌다. 얕은 인에지로 뛰는 트리플 플립을 김연아는 그동안 정석적으로 구사했다. 슬로 비디오를 통해 김연아의 에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했지만 '롱에지'를 줄 정도로 스케이트 날이 잘못된 점프는 아니었다.
문제는 이러한 결과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사다는 올 시즌 점프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4개의 국제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자국에서 열린 NHK트로피에서는 잦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늘 논란이 되고 있는 아사다의트리플 악셀과 트리플 러츠도 관대하게 판정이 매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ISU를 후원하는 '일본 기업의 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SU의 공식 후원 기업은 대회에 따라 다르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경우 13개의 기업이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무려 10개의 스폰서가 일본의 기업이라는 점이다.
압도적인 기업의 수로 봤을 때 이번 대회의 자금은 거의 일본 기업이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 선수가 혜택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국내 피겨 팬들은 일본 스폰서의 힘이 김연아의 앞길을 막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10개의 특정 국가 기업이 한 대회를 지원하는 일은 분명 의미심장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 때문에 자국 선수들이 특혜를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아사다 마오가 심판들에게 관대한 점수를 받았던 적은 몇몇 대회를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단정 짓는 일은 위험하다.
[2013 ISU 피겨스케이팅세계선수권대회 스폰서 기업들 (C) 2013 세계선수권대회 홈페이지 캡쳐]
분명한 것은 세계 피겨 계에서 일본의 힘과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일본은 NHK트로피를 비롯한 굵직한 국제대회를 자국에서 자주 유치하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의 열기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은 피겨대회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많은 기업들이 ISU를 지원하다보니 일본 선수들도 덩달아 이득을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사다 마오는 쇼트프로그램 6위에 머물렀다. 제아무리 '보이지 않는 힘'이 커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연아는 '무결점'인 자신의 실력으로 이러한 일을 극복해냈다.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른 김연아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 또 다시 우승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사진 = 아사다 마오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