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전주, 조용운 기자] 단순히 무례라고 치부하기엔 해도 너무하다. 아무리 매사에 서두름이 없어 '만만디(慢慢的)'라 불리는 중국이라지만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행태는 도가 지나쳤다.
광저우는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F조 2차전을 치렀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감독과 선수들을 영입한 광저우는 우승후보다운 전력을 뽐냈다.
경기력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한 팀이었지만 원정을 와서 보여준 행동은 안하무인 그 자체였다. 광저우는 AFC 규정에 명기된 최소한의 의무조항조차 지키지 않았다.
광저우의 만만디 운영은 전북과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를 애먹였다. 광저우는 원정의 시작인 입국부터 지각했다. AFC 규정상 경기가 열리기 48시간 전에 전주에 도착해야 한다는 기본을 어기고 경기 전날인 11일 오후 1시에야 전주에 도착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니 엇박자는 계속됐다. 경기에 앞서 전날 감독과 대표선수 1명이 참석해야 하는 공식 기자회견도 자신들의 일정에 맞게 시간 변경을 요청하더니 뜻대로 되지 않자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고령을 이유로 불참했다.
기자회견까지 고사했던 광저우는 정해진 팀 훈련 시간도 늦었고 급기야 경기 당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도착마저 예정보다 늦어 관계자를 당황케 했다.
한편, 사전 기자회견에 불참했던 리피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꼭 참석하고 싶었지만 30년 만에 너무 아팠다"며 "열이 심해 약을 먹고 안정을 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 관계자는 전날 광저우가 전한 불참 사유와 판이하게 다르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중국 언론은 "리피 감독이 기자회견에 불참해 물어야 하는 벌금 1천 달러(약 109만 원) 대신 1만 달러(약 1100만 원)를 AFC에 주면서 남는 돈은 회식이나 하라는 말을 건넸다"고 보도해 마지막까지 뒷맛을 씁쓸하게 했다.
[사진 ⓒ 전북 구단 제공]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