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스포츠부 서영원 기자] 수많은 야구팬들이 기다리던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개막했다. 개막 첫 날은 의외의 결과들이 양산돼 화제가 됐다. A조 첫 경기를 치른 일본과 브라질은 주고받는 ‘핑퐁스코어’를 통해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양 팀은 역전에 재역전을 반복했다. 최종 결과는 일본의 5-3 승리. 8회 노장 이바타 히로카즈가 터뜨린 우전 적시 동점타와 아베 신노스케의 쐐기 타점으로 첫 경기를 힘겹게 승리로 이끌었다.
일본 언론은 동점타를 날린 이바타를 주목했다. 산케이 스포츠는 이바타에 대해 “왜 노장이 필요한 지 보여줬다”며 맡은 바 역할을 해낸 이바타를 칭찬했다.
이바타는 노장 군단 주니치 드래건스의 주전 유격수다. 타격감은 떨어지지만 수비 만큼은 일본 최고를 자랑한다. 이번 WBC 대표팀 선발에 있어서 이바타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같은 노장인 아베와 이나바 아츠노리는 뚜렸한 성적을 보여주며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이바타는 순수하게 수비력 하나만으로 선발됐다.
야마모토 감독도 이바타에 대해 “수비 강화, 단기전의 특성상 수비 전문선수가 필요하다”며 그의 선발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이바타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이러한 배경과는 상관 없었다. 그는 대표팀 합류 전 언론과 인터뷰에서 “노장이 되더라도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는 희망을 어린이들에게 주고 싶었다”라며 자신이 대표팀에 도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대부분의 일본 선수들이 일장기를 달고 '세계 제일'을 향해 뛰겠다는 포부와 달리 이바타의 각오는 소박하고 현실적이었다.
이바타의 이러한 각오와 실제 훈련양 등은 대표팀 경쟁에서 스스로를 빛나게 했다. 이바타는 지난 달 23일부터 시작된 연습경기에서 6경기 가운데 4경기서 선발로 나서는 기염을 토했다. 개인훈련을 일찍 시작한 덕도 있지만 유격수 외에도 1,2,3루 수비 연습을 한 것이 통했다는 평가다.
이바타는 “이번 대표팀에 유격수가 많이 뽑혔다. 살아남으려면 다른 포지션의 수비 연습도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바타의 이같은 노력은 야마모토 감독을 뿌듯하게 했다. 야마모토는 “선수 스스로 팀에 보탬이 되는 포지션 시프트를 해왔다. 고맙다”라며 이바타를 높이 샀다.
현재 일본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가 아베, 이나바라면 그저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숨겨진 노장은 이바타다. 이바타는 대표팀 뿐만 아니라 대표팀을 벗어나 야구를 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브라질전 동점타를 터뜨린 뒤 이바타의 인터뷰는 다음과 같다.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며 발전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나이가 들어도 세대교체에 밀리지 않는다는 점 등 보여주고 싶은 점이 많다.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