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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의 스포츠2.0] 승부조작 이후 쓸쓸해진 A매치 풍경

기사입력 2013.02.08 16:33 / 기사수정 2013.05.07 16:03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스포츠부 김덕중 기자] 사상 초유의 축구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진 뒤 첫 A매치가 열렸다. 6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부터 7일 늦은 새벽까지 연이은 이번 A매치에 대한 감상이 남다르다. '승부조작의 검은 손이 설마 국가대항전까지 뻗쳤을까'에 대한 의문은, 그 질문 자체가 매우 순진했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졌기 때문이다.

유럽공동경찰기구(유로폴)는 지난 4일 전 세계 30개국 680여 경기에서 승부 조작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관련된 심판과 선수는 425명에 이르고 각국에서 발부받은 체포 영장은 80여 개나 되며 승부조작에 가담한 범죄 조직은 약 800만 유로(12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유럽의 각국 언론은 "선수와 심판 등 매수에 200만 유로(30억원)가 쓰였다"며 연일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 승부조작의 의심 경기에 A매치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동유럽, 이탈리아 등에서 자국리그의 승부조작 스캔들은 수십년 전부터 있어 왔고 빈도마저 잦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A매치 결과를 누군가의 의도대로 조작했다는 사실에는 소름이 끼친다. 우리 정서에서 본다면 '돈 몇 푼 받고 나라를 팔아먹은 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터.

한국축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서 승부조작 사태가 터졌던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번 A매치 풍경은 그래서 더 쓸쓸하다. A매치 중 다수였던 평가전은 특성상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 한국, 독일 등 '내셔널리즘'이 강한 나라의 선수들은 평가전에서도 최선을 다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A매치 보다 소속팀 경기에 몸 상태를 맞추는 선수들이 적지않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이 자체를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최근 국내외 축구계의 분위기 때문인지 부진한 선수들을 질타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목소리 뿐 아니라 성격도 달라졌다. 경기력이 미흡한 선수를 가리켜 '조작질 하네' '돈 받은 모양이네’라며 비아냥댄다. 삼삼오오 모여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곳에선 더 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선수 비하하는 풍경이야 새삼스럽지 않지만 조작 선수로 몰아붙이는 일은 과거에는 없었던 장면들이다.

뒤바뀐 인식의 변화에 몸서리가 처진다. 방치하면 스포츠의 순수성은 사라진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쉬쉬하다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한 국내 축구계의 책임이기도 하다. FIFA의 반응에 귀 기울일 만 하다. “전 세계 축구계가 승부조작과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사법당국 등 외부 도움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승부조작은 세계적인 문제이며 절대로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

[사진=축구대표팀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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