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영화인들에 의한, 영화인들을 위한, 영화인들의 진솔한 토크쇼는 다 어디로 갔나.
MBC '토크클럽 배우들'(이하 '배우들')이 방송 2회 만에 '수다의 장'으로 변질됐다. 한국 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 때, 영화인들의 삶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겠다는 야심찬 포부는 어느새 자취를 감춘 듯 하다.
21일 방송된 '배우들'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를 주제로 삼아 저마다의 일화를 털어놓았다. 신소율은 과거 소속사로부터 사기를 당한 사연을 공개하며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고, 박철민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수희와 송선미, 민지, 예지원 등도 각자 '엄마'와 관련된 사연을 고백했다.
'머릿수'로 승부하는 토크쇼답게 10명의 배우들 이야기는 대화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출연진들끼리 어색해하던 첫 회와는 달리 분위기도 한층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이들의 '토크'는 왠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어머니'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그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의 가슴에 꽂히지 못했다.
이를 증명하듯 22일 방송된 '배우들'은 전국 시청률 2.3%(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꼴찌를 면치 못했다. 첫 방송이 기록한 4.1% 보다도 1.8P% 하락한 것이었다. 이 정도면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체면에 걸맞지 않은 것임이 분명하다.
14일 첫 방송에서 '배우들'은 직업 외에는 연령대와 성격 등이 서로 다른 개성 강한 배우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영화인의 토크쇼'라는 새로운 시도의 성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실제로 제작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화끈한 토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배우들만의 솔직한 이야기가 전개되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락'과 '교양'이 조화된 품격 있는 토크쇼를 지향했던 '배우들'은 2회만에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배우들의 '개인적인 체험'이 심도있게 나아기지 못한 채 그야말로 신변잡기식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 고등학생과의 키스신, 희망하는 가상 결혼 파트너 등과 같은 뻔한 질문과 대답들은 이미 다른 토크쇼에서도 흔하게 보아오던 내용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배우들로 짜여져 다소 어수선했던 것도 약점이었다. 황신혜와 심혜진이 맏언니로서 중심을 이끈다지만 산만한 느낌을 피하지는 못했다. 커피숍에 모여 수다를 떠는 듯한 여배우들의 모습은 다른 토크쇼들과 차별점을 갖기 어려웠다.
배우라는 특권의식을 벗고 소탈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프로그램의 첫걸음일 뿐이다. '배우들'이 '우리도 여러분들과 같은 평범한 수다쟁이에요'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러자면 좀 더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한다. '자유롭게 털어놓는 토크쇼'라고 해서 아무런 청사진 없이 즉흥적으로 '수다'를 늘어놓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배우들이 모였고, 게다가 영화를 소재로 삼는만큼 이야기의 중심은 영화를 둘러싸고 진행되어야 한다. 매회 영화를 중심에 두고 배우로서의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영화관 등을 진솔하게 털어놓을 때 토크가 제대로 살 수 있을 것이다. 구슬을 제대로 꿰는 제작진의 치밀함이 더욱 요구된다.
이날 방송에서 심혜진은 "SBS '힐링캠프'를 이길 수 있느냐"라는 시청자의 질문에 "'힐링캠프'를 꼭 이겨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배우들'을 하는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자는 생각이 크다"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10명의 배우들이 마음껏 즐기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즐기는 것'과 '산만하고 요란한 것'은 다르다. 배우는 대중의 마음을 얻는데 능숙한 직업인이다. 시행착오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앞으로 '배우들'이 이 '직업의식'을 제대로 살려 제대로 된 배우들의 토크쇼로 거듭나길 바란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배우들 ⓒ 엑스포츠뉴스DB, 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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