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사람들은 젊은 시절 알지 못했던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확신하지 못했던 사랑이 결국 진정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세월이 흐른 뒤에야 알아차린다. 돌이켜보면 후회가 남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내사랑 내곁에'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러한 '사랑'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관객들에게 상기시킨다. 세 커플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바쁜 일상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사랑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게을리 하지 않는다.
세 커플의 각기 다른 사연은 오르골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중 윤주(홍지민, 배해선 분)와 세용(김정민, 박송권) 커플은 극의 주축을 이루며 40대의 애틋한 사랑을 보여준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우정을 쌓으며 절친한 친구로 지내던 세용과 윤주는 서로의 호감을 고백하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된다. 20년 뒤 제주도에서 허브농장을 운영하는 윤주는 사진작가 세용과 재회하고 그로부터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받는다.
윤주의 딸 복희(전지윤, 유주혜)는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20대의 풋풋한 사랑을 보여준다. 남자친구인 가수지망생 강현(서지훈, 장우수)과 사소한 오해가 생겨 이별을 통보하고 제주도로 떠난다. 하지만 1년 후에도 강현이 자신을 잊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그를 찾아가게 된다.
이들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풋풋하고 아련하다면, 승윤(박호산, 강석호)과 기혜(손현정, 유리아, 수안) 커플은 가장 슬프고 애틋한 사랑을 선보인다. 70년대 시계공장 직원인 승윤은 사장 딸 기혜와 사랑하지만 그녀의 아버지의 반대에 못 이겨 사랑의 도피를 한다. 하지만 병약했던 기혜는 아이를 임신한 채 죽음을 맞고, 승윤은 평생 그녀를 그리워한다.
하정우, 공효진 주연의 영화 '러브픽션'에서 로맨스 장르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였던 전계수 감독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세 커플의 로맨스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 형식을 이용해 애틋하게 담아냈다.
40~50대 중년 관객들을 타깃으로 하지만 20대의 풋풋한 사랑부터 40대의 아슬아슬한 사랑까지 다양한 세대 간의 사랑을 담아내 남녀노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큰 반전 요소가 없어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을 법 하지만 코믹한 대사와 장면을 곳곳에 배치해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40대 윤주가 20대 윤주로 변신하는 장면에서는 재치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기억속의 멜로디', '사랑과 우정사이', '하룻밤의 꿈' 등을 히트시킨 오태호 작곡가의 노래들은 스토리와 연출을 어우르며 90년대 추억과 향수를 그리워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인다.
배우들은 개성 있는 연기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홍지민은 캐주얼 차림의 발랄한 20대 윤주부터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갖고 있는 40대 윤주까지 고루 소화해내며 베테랑 뮤지컬배우 다운 자연스러운 연기와 풍부한 성량을 뽐낸다.
가수 김정민과 뮤지컬 배우 박송권은 자신의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의 마음을 무게 있게 표현해낸다. 포미닛 전지윤과 뮤지컬배우 유주혜는 90년대 오태호 작곡가의 노래에 맞춰 발레리나 복희를 풋풋하게 그려냈다.
지난해 12월 11일 개막한 '내사랑 내곁에'는 오는 20일까지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만 8세 이상. 160분. 문의 : 1577-3363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내사랑내곁에 ⓒ 아담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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