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인천, 강산 기자] "연대 후배인데 미안하죠."
오리온스 김승원은 서울 SK 나이츠 문경은 감독의 연세대학교 18년 후배. 그것 말고는 딱히 연결고리가 없다. 소속팀도 다르다. 경기 중에 신경전을 벌였을 리도 만무하다. 그럼에도 문 감독이 김승원에게 미안해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 감독은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서 열린 전자랜드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사연을 털어놨다.
사연은 이렇다. 직전 경기인 지난달 29일 오리온스전. 문 감독은 작전시간 도중 김승원에 대한 수비를 지시하며 "키 큰 한국 애"라고 언급했다. 순간적으로 김승원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리온스의 신인 포워드 김종범도 '이종범'으로 불렀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한화 이글스 코치)와 잠시 헷깔린 듯하다. 함께 있던 코치들도 껄껄 웃음을 참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문 감독은 "연세대 후배인데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멋쩍어했다.
이날 SK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경기 종료 2분 전까지 69-80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연승이 마감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투혼을 발휘한 SK는 종료 5초 전 터진 박상오의 3점슛으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고, 91-86으로 승리, 6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
문 감독은 작전시간과 관련된 일화를 하나 더 공개했다. 문 감독이 홈경기 도중 작전시간을 요청,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인 뒤 "몇 분 남았느냐"고 물었단다. 그리고 전광판이 아닌 자신의 손목시계를 응시했다는 것이다. 남은 시간은 손목시계가 아닌 전광판에 표시된다. 문 감독은 "끝나고 생각해보니 너무 웃기더라"며 껄껄 웃었다.
경기 전부터 화기애애했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SK는 초반부터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에만 43-23으로 크게 앞서며 분위기를 잡았다. 4쿼터 한 때 5점 차까지 추격당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강한 뒷심을 발휘하며 74-66으로 승리했다. 시즌 최다인 7연승. 경기 후 인터뷰실에서 다시 만난 문 감독은 환한 웃음을 보였다.
[사진=문경은 감독, 김승원 ⓒ 엑스포츠뉴스 DB, KBL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