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8:44

매주 로또 판매점에 나타나는 그녀…이유가?

기사입력 2012.12.21 17:30

강정훈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정훈 기자] 12월 어느 토요일 저녁, 서울에 위치한 한 로또 판매점. 로또 판매 마감시간인 8시가 다가오자 판매점의 출입문이 점점 더 자주 열리고 닫혔다. 5천원씩, 만원씩…. 그렇게 그들은 일주일 간의 ‘희망’을 5평짜리 작은 ‘방’에서 구입해 갔다.

로또를 구입하려는 사람 대부분이 남성이었지만, 최근들어 여성들의 발걸음 또한 적지 않았다. 약간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로또를 구입하는 30대 젊은 여성에서부터 남편과 함께 로또 판매점을 방문한 40~50대 여성들까지. 몇 년째 이곳에서 로또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장 이 모씨는 “예전보다 여성 구매자가 많아진 편”이라고 답했다.

이 곳에서 만난 경기도 과천에 사는 30대 주부 박 모씨도 8년 이상 로또를 구매했다고 했다. 가끔 빼먹을 때도 있긴 했지만 매주 5천 원어치씩은 꾸준히 구입했다고. 남자들이 많은 로또 판매점에 여자 홀로 와서 로또를 구입하는 것이 어색하진 않냐는 질문에, “최근에 삼성 여직원이 132억 로또에 당첨됐다는 루머가 한창 떠돌아서 그런지,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여자들도 로또를 많이 구입하기 때문에 나 역시 거리낄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2008년, 나눔로또가 전국 성인 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63.4%가 지난 6개월 간 로또복권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반면, 여자는 34.8%에 그쳤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로또계에 불고 있는 여풍(女風)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국내 대표 로또복권 업체(lottorich.co.kr) 관계자는 “최근 로또 당첨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다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는 여성 당첨자들도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계속된 경기 불황에 더 이상 남성 혼자서만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 여의치 않자 여성들도 발벗고 나서서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며, 그 노력의 일환으로 ‘혹시…’하는 마음에 로또도 구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많은 로또당첨자와 예비 로또당첨자들이 이용하는 업체의 ‘당첨기원’게시판에는 여성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들도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다.

한 여성은 “결혼 2년 차에 접어드는, 13개월 아들을 둔 직장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요즘 남자 혼자 벌어 아이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집안일이나 육아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보니 신랑과 자꾸 다툼이 생긴다. 또 어린 아들을 어린이집에만 맡기다 보니 아이가 성격적으로 조금은 난폭함과 집착 증세를 보인다. 로또 1등에 당첨되어 빚을 다 갚고 육아에만 전념하는 전업 주부가 되고 싶은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성 이용자는 “몇 년 전, 친정 집을 담보로 어렵게 도매사업을 시작했는데, 경기 악화와 소매상들의 대금 미납으로 인해 빚만 더 늘어나 이제는 친정 집까지 넘어가게 생겼다. 남한테 싫은 소리 한번 못하고 살던 우리 남편, 그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지금은 처가 집만은 꼭 건져야 한다며 이틀에 5시간만 자 가며 이 악물고 일하고 있다. 모든 게 자기 죄라는 우리 남편, 제발 밤에 잠이라도 재우게 로또 당첨 됐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한편, 해당 업체 홈페이지(lottorich.co.kr)에는 업체를 통해 직접 로또에 당첨된 여성들이 후기를 남겨, 보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연들도 다수 존재했다.

필명 ‘아들셋맘’이라는 한 여성은 “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 싶을 정도로 요즘에 너무 힘들었다. 토요일, 주머니에 딸랑 들어있던 만 천원 중 만원으로 로또를 구매하고 남은 천원으로는 콩나물을 샀다. 그런데 그 로또가 3등에 당첨되어 밀린 공과금과 각종 세금 등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내게도 또 행운이 올 거란 희망이 생겼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필명 ‘kss1***’의 여성은 “친정 엄마가 편찮으신데 좋은 형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던 차에 로또 3등에 당첨되는 행운을 안게 됐다. 내일 당장 사골을 사서 친정을 방문하려 한다. 6살 딸아이가 태권도 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는데, 학원비가 너무 비싸 보내주지 못한 것도 이제는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 세상에 살다 보니 이런 행운도 온다. 분명 다른 이들에게도 행운은 찾아갈 거라 믿는다”며 당첨 소감을 밝혔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지하철 자리는 ‘아줌마’가 먼저 앉을 경우 ‘7자리’, ‘아줌마’가 나중에 앉을 경우에는 ‘8자리’라고. 매주 로또방에 나타나는, 대한민국의 ‘아줌마’들. 구입한 로또를 받아 들고 로또 판매점을 나서는 그네들의 뒷모습에는 짊어진 삶의 무게가 묵직하다.  

강정훈 기자 mousy0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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