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LA 다저스가 류현진을 팀의 4선발이 아닌 3선발로 점찍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평가다. 그만큼 데뷔 첫 해를 맞이하는 류현진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류현진은 13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 다저스 홈페이지 선수 명단에 당당히 제3선발로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은 계약 직후인 지난 10일 구단의 '뎁스차트'에 제4선발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다저스는 12일 잭 그레인키의 공식 입단식 이후 새로운 '뎁스차트'를 내놓았다. 여기서 류현진은 클레이튼 커쇼, 그레인키에 이어 제3선발로 이름을 올렸다. 채드 빌링슬리와 조시 베켓이 각각 4, 5선발로 그의 뒤를 이었고, 크리스 카푸아노, 애런 하랑, 테드 릴리도 선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에 앞서 '원투펀치'로 이름을 올린 커쇼와 그레인키는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수상자들이다. 류현진이 ML 최정상급 선발 투수들과 함께 '원투스리 펀치'를 형성한 것이다. 또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빌링슬리, ML 통산 132승을 거둔 베켓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저스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발 후보 명단(6~8선발)으로 분류된 선수 가운데 카푸아노(12승)와 하랑(10승)은 올 시즌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36세 노장 릴리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검증받은 투수다. 올 시즌에도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기 전까지 8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3.14의 맹활약을 펼쳤다. 세 선수 모두 풍부한 경험을 지닌 베테랑이다. 류현진은 이들을 제치고 3선발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는 다저스 구단이 류현진에게 데뷔 첫 해부터 좋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물론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은 이달 초 "류현진과 그레인키 영입에 성공하면 하랑과 카푸아노를 트레이드 카드로 쓸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다저스는 불펜 자원도 풍부한 편이다. 브랜든 리그를 비롯해 켈리 얀센, 로날드 벨리사리오, 스캇 엘버트, 하비 게라 등이 버티고 있다. 선발에 비해 무게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타 팀에 뒤지지 않는다. 카푸아노와 하랑을 트레이드 카드로 쓴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이유다.
물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류현진이 '뎁스차트'에서 팀의 3선발로 이름을 올린 부분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다저스의 선발진은 풍부하다. 류현진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이유다.
상황은 다르지만 1997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뛴 박찬호(당시 다저스)도 시즌 시작 전 '너클볼러' 톰 캔디오티와 선발 경쟁을 벌인 끝에 5선발로 낙점됐다. 만약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면 박찬호의 빅리그 통산 124승 달성은 불투명했다. 경쟁에서 승리하며 풀타임 선발로 진입한 그는 14승을 올리며 팀의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류현진도 이를 교훈삼을 필요가 있다.
현지 언론은 연일 류현진에 대한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다저스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통해 '류현진 알리기'에 나섰다. 그만큼 관심이 뜨겁다. 남은 것은 하나다. 몇 번을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루키'의 자세로 돌아가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뿐이다.
류현진의 친화력만 놓고 보면 현지 적응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추신수(신시내티)도 "(류)현진이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고 장난꾸러기다"고 했다. 또한 "말이 안 통해도 다가가려고 해야 한다. 의사소통과 융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도 남겼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것 또한 필수 조건이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지난 6월 류현진에 대해 의미 있는 언급을 했다. "류현진이라는 상품은 이미 국내 무대에서 검증을 마쳤다. 이제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한국 프로야구에서 빅리그로 직행한 첫 사례, 류현진의 활약 여하가 메이저리그행을 꿈꾸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빅리그 데뷔 첫 해 류현진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사진=류현진 ⓒ Gettyimages/멀티비츠]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