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은퇴를 선언했다. 현역 연장 가능성을 엿보이기도 했지만 그의 선택은 은퇴였다.
한화 구단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찬호가 29일 오후 본인의 은퇴 의사를 구단에 최종 전달했다"고 밝혔다. 구단도 박찬호의 결정을 존중키로 했다. 이로써 1994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프로 첫발을 내디딘 박찬호는 19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투수다. 그야말로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했다. 게다가 1994년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처음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한 1997년에는 14승 8패 평균자책점 3.38로 팀의 주축 선발로 성장했다. 이듬해에는 15승 9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하며 당당한 15승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01년까지 매년 13승 이상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02시즌을 앞두고 FA가 된 그는 텍사스 레인저스로 둥지를 옮겼다. 하지만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적 첫해 9승 8패 평균자책점 5.75로 6년 연속 10승 달성에 실패했고, 이후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시즌 중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2005년 12승을 거두며 4년 만에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지만 이전의 만족스런 모습은 아니었다. 2007년에는 뉴욕 메츠에서 1경기에만 나서 4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재기가 쉽지 않을 듯 보였다.
하지만 2008년 친정팀 LA 다저스로 복귀한 그는 필승 셋업맨으로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그해 54경기에서 4승 4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일조했다. 이듬해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해서도 3승 3패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하며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2년 연속 8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강철 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그는 지난 2년간의 임팩트를 다시 보여주지 못했다. 양키스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한 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2010년 10월 1일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전서 3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며 ML 아시아인 최다승인 124승째를 따냈다. 이날 경기가 박찬호의 빅리그 마지막 등판이었다.
2011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에 잠시 몸담았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고향팀 한화 이글스에 복귀했다. 23경기에서 5승 10패 평균자책점 5.06, 표면적인 성적만 놓고 보면 그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해냈다.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음은 물론이다.
올 시즌을 마친 뒤 박찬호의 은퇴 여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실 박찬호는 2012시즌만 뛰고 은퇴를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지난 25일 박찬호 장학회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해 "아직 결정을 못 했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지난 3주간 미국에 머물면서 거취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9일, 11월의 마지막날을 하루 앞두고 은퇴를 결정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많은 국민에게 기쁨을 준 '코리안 특급'의 투구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미국과 일본을 거치며 수많은 업적을 남긴 그는 고국인 한국에서 현역 은퇴 결정을 내렸다. 그는 30일 서울플라자호텔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와 관련된 상세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사진=박찬호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