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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칼럼] '가난한 팀' 드림식스 지휘봉을 잡은 이유

기사입력 2012.10.26 17:35 / 기사수정 2012.10.27 21:30

조영준 기자


젊은 선수들의 기합소리가 우렁차다. 선수들의 땀내가 물씬 풍기는 현장에 다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다. 언젠가는 다시 지휘봉을 잡고 싶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팀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일선에서 물러난 뒤 1년 동안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방송 해설가로도 활동했고 협회 일을 돕기도 했다. 이제 이러한 일을 뒤로 하고 내가 서야할 현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배구를 워낙 사랑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줄 칼럼도 써왔다. 하지만 이제 독자들과 함께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선 나와 드림식스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있었다. 내가 이 팀의 후견인처럼 활동했던 소문이 들려왔다. 하지만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박희상 전 감독과 박상설 한국배구연맹(KOVO) 총장님에게 조언을 해준 것밖에 없다고 밝히고 싶다.

현대캐피탈에서 일선에 물러난 뒤 드림식스 측에서 제의가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는 현대캐피탈과의 문제가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 팀에 올 수 없었다. 그리고 선장을 잃은 배가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중책을 맡게 됐다.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난파 위기에 몰린 팀을 살리고 싶은 의지가 컸다. 일선에서 물러서면서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주변 분들의 조언도 있었고 꼭 이 팀을 맡아달라는 권유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체육관을 찾았고 젊은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러시앤캐시 드림식스는 '가난한 팀'이다. 앞으로 1년 동안 스폰서십 지원을 받아 시즌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그 후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프로배구 6구단 체제가 계속 유지되려면 이 팀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심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이들은 선수들이다. 팀을 이끌게 된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안정을 주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됐다. 부디 올 시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펼쳐서 '주인 없는 구단'의 설움을 벗어던졌으면 한다.

러시앤캐시는 대학 유망주들을 꾸준히 흡수했기 때문에 선수층이 나쁘지 않다. 잠재력은 많지만 이러한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선수들의 가능성을 끌어내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선수들의 대우가 좋은 팀은 감독이 휘어잡을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그러나 사정이 어려운 구단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가난하면 자연스럽게 불만이 나온다. 힘들고 가난할 때 나오는 불만이 결국 폭발해 최근 안 좋은 일도 있었다.

나는 이 문제가 그 누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와 지도자를 중재해줄 구단이 없는 상황이 모두를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앞으로 이 팀의 장점을 살려서 선수들의 의욕을 살리고 경기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많은 분들은 나를 떠올릴 때 '강력한 카리스마'를 연상시킨다. 체육관 안에서의 지도 방식은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시대가 옛날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감독은 가르치는 입장이고 선수는 배우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동등한 관계가 성립되면 안 된다. 하지만 그 외에는 '부드러움'이 필요하다. 훈련 외에 선수들에게 대하는 행동은 예전보다 많이 부드럽게 대할 것이다.

드림식스는 한번 분위기를 타면 급상승하지만 무너질 때는 걷잡을 수 없는 팀으로 인식돼있다. 굴곡이 심한 점이 이 팀의 단점인데 이곳에 들어와 자세하게 살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프로 선수로서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갖춰지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구단이 없는 팀에서 뛰다보니 선수들의 '프로 의식'이 상실돼있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덤벼야하는 것이 프로의 기본인데 아직도 아마추어의 잔재가 남아있었다. 이러한 점을 하루 빨리 털어내고 강인한 프로 의식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올 시즌 러시앤캐시의 돌풍을 기대하고 계신 분들도 많다. 그러나 배구는 모든 것이 순식간에 변하지 않는다. 나는 선수들에게 1,2라운드는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주문했다. 초반 돌풍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프로 의식을 바로 세우고 팀에 남아있는 아마추어의 잔재를 벗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남은 기간 동안 하나씩 개선해나가면 시즌 중반부터는 팀이 한결 발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팀의 특징은 한구배구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이 많다는 점이다. 나는 이들이 팀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배구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주역이 됐으면 한다. 현실은 어렵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 화합을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소통과 굳은 신뢰다.



[사진 = 러시앤캐시 드림식스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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