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변화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결과에 따라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란전이 그랬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게 했고 결과적으로 최강희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끝났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0-1로 석패했다. 10명이 뛰는 이란에 수적 우위까지 점했지만 상대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헛심만 쓰다 상대에 무너졌다.
이란전은 시작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최강희 감독은 기존 공수의 핵심인 이동국과 이정수를 제외하는 강수를 뒀고 공수에 걸쳐 새 얼굴을 여럿 발탁하며 세대교체라는 옷을 입혔다. 최강희 감독의 변화는 경기 당일까지 이어졌다.
잠비아와 친선전에서만 선보였던 김신욱 선발 카드를 들고 나왔고 재기 넘치던 축구 스타일에서 탈피해 '선 굵은 닥공'을 시도했다. 이러한 변화의 틀 안에서 지적된 것이 바로 '뻥축'이다. 2m에 육박하는 김신욱을 적극 활용한 긴패스 위주의 공격 방식은 분명 최강희 감독의 축구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원정경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해발 1273m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조금이라도 더 간결하게 공격진영으로 붙여주고 빠른 연결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김신욱을 통과한 다음이었다. 한국이 이란을 공략하지 못한 것은 바로 2차 연결, 세컨볼 경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엑스포츠뉴스는 축구분석업체인 '비주얼스포츠(대표 김창훈)'와 함께 이란전을 정밀 분석했다. 이란전의 경기 데이터를 보면 대표팀은 이란을 상대로 356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그 중 긴 패스는 94개였다. 소위 뻥축구라 불리는 상대 진영을 향한 긴 패스는 94개 중 59개로 62% 빈도를 보였다. 데이터에서도 최강희호의 선 굵은 닥공을 느낄 수 있다.
긴 패스의 최종 도착지는 김신욱이었다. 59개 중 15개가 김신욱을 향했고 14개나 머리를 맞출 정도로 성공률도 상당했다. 김신욱의 역할은 분명했다. 긴 패스를 받아 최대한 빨리 동료에 연결해 주는 것. 김신욱은 볼을 평균 1.86초만 소유할 정도로 주변에 빨리 볼을 전달해주는 데 노력했다.
문제는 정확도였다. 김신욱을 통과해 이란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한 패스는 고작 3개에 불과했다. 대부분 떨어뜨려 준 볼이 이란 수비진에 차단당하면서 최강희 감독의 카드는 제대로 활용조차 되지 않았다.
김신욱 활용이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못하자 대표팀은 급히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해법을 찾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형편없을 정도의 부정확한 크로스만 남발하는 결과를 낳았다. 측면에서 상대 문전으로 18개의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성공한 패스는 6개로 33.3%의 성공률에 그쳤다.
긴 패스의 위력이 차단되면서 대표팀의 공격진은 고립됐고 이들의 연계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한국의 주된 패스 방향과 빈도를 원의 크기와 패스 줄기의 굵기로 알 수 있는 그림에서 한국은 기성용을 중심으로 수비진에서 볼을 많이 주고 주고받았음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공격수들의 유기적인 연계 작업은 희미하다. 답답하고 외로웠던 한국의 공격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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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