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여름 한국 여자배구는 기나긴 동면에서 벗어나 런던 하늘 높이 비상했다.
36년 만에 달성한 '올림픽 4강 신화'는 배구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비록 동메달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강호들을 상대로 명승부를 펼쳤다.
5월초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 모인 12인의 '태극 낭자'들은 동일한 목표를 향해 진군했다. 모진 파도와 비바람이 닥쳤지만 모든 것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이러한 원동력은 하나로 뭉친 끈끈한 '동료애' 때문이었다. 선수 대부분이 "우리는 자매 같다"라고 말한 이들의 추억을 되돌아보기 위해 12인이 서로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코너를 마련했다.
첫 번째 러브레터 - 하준임(23, 도로공사)이 김사니(31, 흥국생명)에게 보내는 편지
▶ 선배들이 많아서 위압적인 분위기 그러나 제 생각은 반전됐어요.
안녕하세요? 사니언니. 처음 대표팀에 들어갔을 때 큰 언니들이 많아서 조금은 긴장했어요. 어색한 점도 있었고 긴장도 많이 했죠. 처음에는 심적으로 힘든 점이 많았지만 이러한 제 생각은 반전됐어요.
대선배이신 언니들이 너무 잘해줬고 대표팀 분위기가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동갑인 (양)효진이와는 친한 사이였지만 언니들과 대하는 점이 힘들었죠. 특히 룸메이트였던 (김)연경이 언니도 많이 도와줬습니다. 운동할 때는 강하게 저를 이끌었지만 코트를 떠나면 너무나 자상했어요. 연경이 언니는 저에게 "파이팅 좀 강하게 하라"고 조언해주셨죠.
원래 제 성격이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변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원체 말이 없어서 언니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했죠. 하지만 제 속마음은 달랐어요. 사실 언니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싶고 수다도 떨고 싶었습니다. 언니들과 헤어질 때에는 많이 아쉬웠어요.
▶ 다음에는 사니 언니와 꼭 함께 뛰고 싶어요.
효진이와 언니들이 코트에서 주로 뛸 때 저는 벤치에서 응원을 보내고 있었어요. 솔직히 밖에 있는 것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언니들이 경기를 하는 것을 보고 배운 점이 많았어요. 언니들과 함께한 경험이 너무 특별해서 그런지 내년에도 꼭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커요. 그러려면 올 시즌 더욱 좋은 기량을 보여줘야겠죠?
▶ 언니에게 배운 승부 근성, 보여드리겠습니다.
대표 선수로 뛰면서 언니의 승부 근성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제가 정말 배우고 싶은 부분이죠. 올림픽예선전과 그랑프리 대회 그리고 꿈의 무대인 런던올림픽까지 기나긴 여정을 함께 걸었어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서 그런지 지금도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사니 언니는 함께 훈련을 할 때 '자신감'이란 씨앗을 제게 뿌려주셨어요. 운동할 때 심어준 씨앗이 열매로 맺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많은 언니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올림픽을 치렀어요. 언니도 더 이상 아프지 마시고 올 시즌 잘 치렀으면 좋겠어요. 곧 시즌이 시작되는데 이제는 적으로 만나게 됐습니다. 진천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언니의 강한 승부근성을 배웠어요. 올 시즌에는 이러한 점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힘내고 항상 건강하세요.
[사진 = 하준임, 김사니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