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한용덕 감독대행은 자신을 '최고의 배팅볼 투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코칭스태프의 만류에도 경기 시작 전이면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라 배팅볼을 던져준다. "코치 때부터 늘상 하던 일이라 안 하면 어색하다. 타자들의 타격감을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배팅볼 사랑'의 이유다.
일반적으로 배팅볼을 던질 때 타자들의 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좋은 공을 준다. 하지만 '루키' 하주석에게만큼은 예외다. 한 대행은 올 시즌 유독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낸 하주석에게는 '변칙 투구'를 적용하고 있다. 직구 일변도의 배팅볼이 아닌 변화구와 직구를 1개씩 번갈아가며 던지는 패턴이다.
처음에는 변화구 배팅볼에도 대처가 잘 안됐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훈련에 하주석도 조금씩 감을 찾아가고 있다. 한 대행은 "이전에는 배팅볼에도 대처가 잘 안 됐는데 지금은 타이밍이 맞아 나간다"며 "그런 부분들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몸쪽 공에도 배트가 돌아 나왔는데 이제는 짧게 나온다"고 칭찬했다.
한 대행이 하주석에게 던져주는 변화구는 슬라이더다. 그런데 하주석은 횡으로 꺾이는 변화구보다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더욱 약점을 드러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 감독대행은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져주고 있다"며 "공을 잘 보게끔 일부러 1개씩 던져준다. 하주석을 위한 특혜다"라며 웃어 보였다.
한 대행이 던져주는 공은 '배팅볼'임에도 종속이 좋다. 스스로도 "구속은 120km대에 불과하지만 나는 종속으로 승부한다"고 할 정도다. 하주석은 경기 전부터 종속이 좋은 슬라이더를 체험하고 실전에 임하는 셈이다.
실제로 하주석은 이 방법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월부터 8월까지 총 안타수가 9개(타율 .158)에 불과했지만 9월에만 11개의 안타(.229)를 터뜨렸다. 타율도 1할 9푼(105타수 20안타)까지 올랐다. 하주석의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 프로젝트 중 하나가 한 대행의 '배팅볼 특혜'다.
[사진=한용덕 감독대행, 하주석 ⓒ 한화 이글스,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