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KEPCO의 유니폼을 입은 장광균은 확실히 낯설었다. 대한항공의 옛 기억이 강렬했기에 당연할 수밖에 없다. 너무도 짙은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장광균은 은퇴까지 접어두고 다시 운동화 끈을 맸다. 비록 팀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은 '언성히어로'임에도 말이다.
장광균은 지난 6일 신경수와 함께 KEPCO로 1년 임대됐다. 국내 프로스포츠서 보기 드문 1년 한정 임대계약을 체결한 장광균을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KEPCO의 훈련장에서 만났다. 아직 팀에 합류해 훈련을 시작한 지 열흘밖에 지나지 않아선지 낯선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2003년 대한항공에 입단한 후 군 복무를 제외하곤 한 팀에서만 뛰었던 장광균에 있어 트레이드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랬던 그에게 KEPCO 이적 이야기가 전해졌을 때는 팀에 서운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느덧 프로 9년차의 장광균은 이 또한 쉽게 받아들였다. "내가 그 팀에 필요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나는 프로기 때문에 나를 필요로 하는 KEPCO에 합류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자세가 됐다.
장광균의 이야기대로 지난 시즌은 주전에서 밀려나 벤치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로 팀에서 덜 중용됐다. 자연스레 넘치던 자신감이 사라진 것은 당연하다. 지난 2007-08시즌 공격성공률 54.1%로 공격상을 거머쥐었던 장광균이기에 갑작스러운 벤치행은 이겨내기 힘든 짐이었다. 여기에 팔꿈치까지 말썽을 부려 시즌이 끝나고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내몰렸다.
수술 후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장광균은 은퇴까지 생각했단다. 그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수술한 이후로 리시브가 잘되지 않았다. 내가 못하니 경기에 투입되지 못했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었다. 그래서 은퇴를 생각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 장광균을 끌어안은 인물이 KEPCO의 신춘삼 감독이다. 지난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때 사제지간으로 만나 한국의 금메달을 합작한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팀에 꼭 필요한 자원이라 판단해 장광균 영입을 팀에 직접 요청한 그다. 10년 만에 조우한 신춘삼 감독은 장광균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다. 신춘삼 감독은 "장광균은 작년 KOVO컵 MVP로 키플레이어였지만 리그 들어 후보가 되면서 리듬이 깨졌다"고 현 상황을 설명하며 "자질이 충분한 선수다. 시간이 지나면 예전 기량은 자연히 나온다"고 단언했다.
신춘삼 감독이 장광균에 요구하는 것은 크지 않지만 꼭 필요한 요소다. 바로 지난 시즌 불거진 문제로 얇아진 KEPCO의 선수층과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되어주는 것. 그러나 당장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신춘삼 감독은 "무리해서 팀을 이끌 필요는 없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장광균에 내려진 임무는 바로 수비다. 안젤코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있는 KEPCO로선 리시브만 안정되도 지난 시즌 못지않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복안에서다. 그렇기에 리시브가 좋고 기본기가 탄탄한 장광균 영입에 열을 올렸고 장광균에 중요한 임무를 부여했다.
장광균의 목표는 당연히 팀에 잘 녹아들어 감독이 원하는 몫을 해내는 것. 자세하게는 V리그 전경기 출장이다. 지난 시즌 부진과 부상이 겹쳐 이루지 못했던 과제다. 더나아가 개인 타이틀도 욕심을 내비쳤다. 그는 "프로에 데뷔해 공격상은 한 번 타봤다. 그러니 이번에는 리시브상을 받아보고 싶다"며 달라진 역할에 맞는 목표치를 설정했다.
[사진 = 장광균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