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평소처럼 일어나 오전 훈련을 마쳤고 해오던 대로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호출을 받았고 그렇게 선수 인생의 제2막이 열렸다.
지난 12일 LIG인재니움수원연수원에서 주상용을 만나 당시의 심경을 물었다. 지난 1월 현대캐피탈을 떠나 LIG 손해보험에 둥지를 튼 주상용은 트레이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사전에 말도 없었고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주지 않아 섭섭했다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억지로 다잡고 찾은 LIG의 공기는 낯설었다. 팀 분위기부터 팀의 철학, 감독의 지도방식까지 전 소속팀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현대캐피탈에서 공격만 하던 주상용이 수비까지 잘하게 된 것도 180도 다른 LIG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공격만 해오던 그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라는 과제를 받았다. 주상용은 지난달 26일 끝난 2012 수원컵 프로배구대회서 공수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LIG에 창단 첫 컵대회 우승을 안겼다. 이적 후 처음 맛보는 우승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
스스로 오합지졸이라 말할 정도로 부족했던 주상용이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원이 될 수 있었던 힘으로 이경석 감독을 꼽았다. '리시브가 배구의 반'이라는 이경석 감독의 지도 아래 주상용은 수비 훈련에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해보지 않던 리시브 훈련이 낯설었지만 "습관을 버리라"는 이경석 감독의 조언을 가슴에 담았고 감독이 알려주는 경험과 노하우는 머리에 주입시켰다.
그렇게 주상용은 달라졌다. 이경석 감독도 "현대캐피탈에 있을 때부터 주상용은 미흡한 점이 많은 선수였다. 그래서 더욱 설명을 많이 해줬다"며 "프로선수가 질책만 당하기에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텐데 나를 믿고 따라와 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고 주상용의 자세를 칭찬했다.
수원컵 우승으로 어떻게 해야 우승을 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는 주상용은 이제 V리그 우승을 위해 다시 뛴다. 지금 필요한 것도 이경석 감독의 한마디다.
스승을 향한 주상용의 믿음은 대단했다. "지난 시즌 오합지졸을 잘 이끌어 주신 감독님의 힘으로 꼴찌였지만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어 주셨다"는 대목은 더욱 그랬다.
이경석 감독을 향한 한 마디를 부탁하니 주상용은 "수원컵을 앞두고 감독님은 저희에게 '떨어질 곳은 없지만 자존심을 지켜라'라고 말씀하셨죠, 너희 자존심에 LIG의 자존심까지 지키라고 강조하셨는데 힘이 났습니다. 안팎에서 기대하는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선수들을 잘 컨트롤해 LIG라는 큰 배를 잘 운항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그저 감독님을 믿고 따라 가겠습니다. 열심히 할테니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 = 주상용, 이경석 감독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