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난 26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 수원컵 프로배구 남자부 결승전'에서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LIG 손해보험이 프로 배구 최강이라 불리는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3-0(25-15 25-20 25-2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번 대회가 2012-13시즌을 미리 바라볼 수 있는 '예비고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떠올린다면, 결과 또한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간의 기량을 점검해 보는 것 또한 중요했다. 따라서 LIG 손해보험으로서는 시즌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고, 비록 패했지만 삼성화재 또한 '외국인 선수만으로 경기한다.'라는 세간의 평가를 잠재울 만했다.
컵 대회를 통해 다음 시즌 최대 복병으로 떠오른 LIG 손해보험은 '백구의 대제전' 시절을 포함하여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남은 것은 외국인 선수와의 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일뿐이다.
종별 선수권대회의 '추억'
이번 컵 대회에서 LIG 손보는 1976년 금성통신 배구단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실업배구의 시점을 1984년에 시작된 대통령배 대회로 본다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전체 대회였던 종별 선수권대회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976년 9월에 열린 '제31회 전국 남녀 종별 배구 선수권대회'에서 일반부 자격으로 참가한 금성통신은 육군 보안사(상무 배구단 전신), 종합화학(해체) 등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실업팀이 3~4개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을 고려해 본다면, 일반부 1위라는 기록이 대단치 않게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럭키금성 배구단은 이듬해 열린 종별 선수권대회에서도 석경홍, 김충한 등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창단 이후 1982년 전국체전 우승까지 내리 5년간 남자배구의 독주시대를 열었다. 현재 프로배구를 호령하고 있는 삼성화재 못지않은 실력을 갖췄던 것이 당시 럭키금성 배구단의 모습이었다. 창단 이래 3년 동안 종합선수권 2회, 종별선수권 2회, 실업연맹전 등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것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을 정도였다.
80년대 초반까지 럭키금성의 고충은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의 '절대 숫자'가 부족하다는 데에 있었다. 실업배구연맹 소속 남자 실업팀은 럭키금성을 비롯해 한국종합화학, 한국전력, 육군통신학교 등 4개 팀이 전부였으며, 그나마 1981년에는 맞수 역할을 했던 한국종합화학마저 해체됨으로써 대회가 빈번히 무산되곤 했다.
이에 럭키금성은 일찌감치 단일 실업팀 자격으로 해외 친선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1978년 6월,이집트 국제친선배구대회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1979년 9월에는 독일/사우디아라비아 친선 배구대회에 참가했고, 1980년 네덜란드 국제배구대회에도 참가하여 친선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는 '우물 안 개구리'로 비칠 수 있는 국내 실업 배구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럭키금성 배구단의 행보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럭키금성 배구단은 종별 배구 선수권대회에서 꾸준히 일반부 1위를 차지하며 건제함을과시했다. 그들의 최근 우승은 1997년 종별선수권대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럭키금성은 'LG 화재'로 팀 명을 고친 이후 일반부 1위(2위 삼성화재, 3위 대한항공)를 차지한 바 있다. 이 당시 1위를 차지한 이후 2012년 수원컵 대회 우승까지 무려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셈이다.
[사진=수원컵 대회 우승을 차지한 LIG 손보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