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전, 강산 기자] 9일 만의 등판, 마무리투수에게 긴 휴식은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LG 트윈스 마무리투수 봉중근에게 긴 휴식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봉중근은 17일 대전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전에 마무리로 나서 1⅓이닝을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팀의 3-2,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올 시즌 18차례의 세이브 기회에서 한 차례만 제외하고 모두 팀 승리를 지켜낸 것이다. 세이브 성공률은 무려 94.44%. 투지 넘치던 LG의 에이스는 팀의 '수호신'으로 변신했다.
봉중근은 올 시즌 마무리로 변신한 이후 팀의 뒷문을 완벽하게 걸어 잠갔다. 첫 세이브를 따낸 5월 1일 한화전 이후 13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켰다. 최근 몇 년간 뒷문 불안으로 고생했던 LG에게 봉중근의 존재는 엄청난 힘이 됐다.
하지만 봉중근은 지난 6월 22일 롯데전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 분을 이기지 못하고 더그아웃의 소화전을 내리쳤다. 결과는 손등 부상. 투구하지 않는 오른손이었기에 천만다행이었지만 2주간의 공백은 피할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LG는 봉중근의 부상 직후 2승 12패로 급추락했다. 고비마다 LG를 지탱하던 '5할 본능'은 옛날 얘기였다. 임시 마무리로 나선 유원상도 시즌 초반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봉중근은 절치부심했다. 지난달 10일 대구 삼성전서 약 18일 만에 1군 엔트리에 복귀한 그는 "선수들과 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날(부상 당일) 이후 팀이 상상 이상으로 부진했다. 2주 간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자책했다. 이후 봉중근은 4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켰다. 복귀 후 7경기에 나서 4세이브, 실점은 단 1점도 없다. 피안타율은 1할 1푼 1리, 그야말로 완벽한 마무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봉중근은 전날(17일) 잠실 KIA전서 마운드에 오를 뻔했다. LG 김기태 감독은 "사실 봉중근이 어제 1이닝을 던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롯데전 이후 9일을 쉬었기에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봉중근은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불펜에서 몸만 풀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1이닝은 몰라도 연습을 위해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 타자 상대하는데 초구 쳐서 아웃당하면 연습이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부상 복귀 이후 봉중근의 등판 간격은 일정치 않다. 지난달 26일 두산전 등판 이후 29일 SK전, 31일 한화전에 나선 것을 제외하면 모두 4일 휴식 이후 등판이다. 연투는 단 한차례도 없다. 특히 지난달 31일 한화전에 등판, 시즌 16세이브를 챙긴 봉중근은 8월 두 경기 모두 9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들쭉날쭉한 등판 간격이 리듬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후반기 7경기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으며 완벽한 마무리투수의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첫 세이브를 올린 5월 1일 잠실 한화전 이후 21⅓이닝 동안 3점만을 내줬다. 일정치 않은 등판 간격에도 완벽하게 경기를 매조짓는 그의 모습은 팬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봉중근은 17일 경기 후 "오랜만에 등판인데 팀 승리를 지켜내서 기쁘다"며 "매 경기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발로 활약하던 지난 몇 년 동안에도 팀 승리에 누구보다 기뻐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을 감동케 했다. '자나 깨나 팀 생각'인 봉중근, LG의 '수호신'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사진=봉중근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