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36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연일 낭보를 전하고 있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8일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세계랭킹 4위 이탈리아를 제압하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여자배구는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구기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 후 한국여자배구는 36년의 세월동안 '올림픽 메달 가뭄'에 시달렸다. '김형실 호'는 이러한 사슬을 끊기 위해 뭉쳤고 마침내 4강까지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몬트리올의 영웅'인 조혜정(59, 전 GS칼텍스 감독) 대한배구협회 이사는 "우리가 몬트리올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후 런던에서 분전하고 있는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세계최고의 선수로 떠오른 '김연경(24)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조혜정 이사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런던에 다녀왔다. 대한배구협회가 여자배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런던에 파견한 'Again 1976' 응원단이었던 조 이사는 "현지에서는 (김)연경이를 세계 랭킹 1위 선수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런던에 가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관전했는데 연경이만한 능력을 가진 선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예카트리나 가모바(러시아)와 데스티니 후커(미국) 등과 함께 세계적인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독보적인 선수로 급부상했다. 이 부분에 대해 조 이사는 "가모바와 후커는 많은 득점을 올리는 공격력이 뛰어나지만 연경이는 공격은 물론 수비와 블로킹, 2단 연결까지 잘해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다른 선수는 팀의 영향에 힘입어 플레이를 펼친다. 그러나 연경이는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김연경을 높이 평가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조 감독은 김연경이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고 수훈 선수는 한송이(28, GS칼텍스)를 꼽았다.
표면적으로는 김연경의 화려한 플레이가 돋보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내는 살림꾼인 한송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한송이는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 끝까지 상대의 목적타 서브를 이겨내고 안정된 리시브를 올렸다.
조 이사는 "개인적으로 이번 올림픽 최고 수훈 선수는 한송이라고 생각한다. 한송이는 자신에게 서브가 끊임없이 올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낄 것이다. 이러한 공포심을 이겨내고 잘해준 점은 대단한 일이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팬들의 끊임없는 악플을 이겨낸 '정신력'도 높이 평가했다. 조 이사는 "어느 종목 선수들도 네티즌들의 악플을 이겨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 현장에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 이후에 따라오는 악플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다. 한송이를 보면서 이러한 점이 걱정됐는데 이를 이겨내고 팀을 여기까지 끌고 온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이번 런던올림픽은 한송이라는 선수를 다시 보는 무대가 됐다"며 한송이의 선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9일 저녁 23시(한국시간) '세계 최강' 미국과 운명의 준결승전을 치른다. 세계랭킹 1위인 미국은 런던올림픽 금메달 1순위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조 이사는 미국과의 일전은 매우 힘든 경기이지만 후배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당부했다.
[사진 = 한송이 ⓒ Gettyimages/멀티비츠, FIVB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