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2012 런던 올림픽이 개막된 가운데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무려 36년 만에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여자 국가대표 배구팀 역시 선수촌에 합류했다. 특히 이번에 선발된 대표팀은 ‘제3의 국보급 멤버’로 불릴 만한 선수들이 대거 합류해 그 어느 때보다도 메달권 진입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당시 선수로 활약했던 ‘제1의 국보급 멤버’들도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후배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1976년여자 대표팀이 동메달을 획득했던 장면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특히 냉전이 끝나지 않았던 당시에 이념을 달리한 국가들 간의 맞대결에서 선전했기 때문에 그 의미는 자못 남달랐다.
이념을 넘어 투혼을 보여줬던 ‘1976 여자배구팀’
당시 대표팀은 1973년 우루과이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1974년 멕시코 세계선수권 대회 3위를 차지하며 구 소련(현재의 러시아)-일본과 함께 세계 정상권으로 분류됐던 때였다. 하지만 전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그렇게 만만한 상대들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 배구 A조에는 일본을 필두로 캐나다, 헝가리, 페루가 속해 있었고 대표팀이 속한 B조에는 구소련, 동독(현재의 독일), 쿠바가 속해 있었다. A조의 일본이 무난한 조편성을 받은 것에 비해 대표팀은 사실상 ‘죽음의 조’에 배정된 셈이었다. 또한 대표팀이 맞이해야 할 상대들은 모두 공산권 국가들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공산권 국가에 패했다’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첫 경기인 구 소련전에서 1-3으로 역전패했을 때만 해도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싶었다.
2차전 상대 동독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1, 2세트 모두 5-15, 11-15로 내주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나 이때부터 대표팀에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패배하면 그대로 탈락인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남은 세 번의 세트를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특히 4세트는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16-14로 승리했고 랠리 포인트제도로 시작됐던 5세트는 불과 두 점 차(15-13) 승부가 펼쳐졌다. 4강 진출의 불씨를 살린 대표팀은 그 기세를 몰아 쿠바와의 마지막 경기도 3-2로 역전승하며 2승 1패의 성적으로 4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4강전 상대는 당시 세계 최강으로 불렸던 일본이었다. 하지만 1세트에서 주전들의 줄부상이 이어진 것이 치명타였다. 결국 대표팀은 주전 멤버를 거의 빼는 초강수 속에 일본에 0-3으로 패했다. 그만큼 여력으로 3-4위전을 노린다는 전략을 세운 셈이었다.
이어 맞이한 3-4위전 상대는 4강전에서 구소련에 0-3 패배를 당한 헝가리였다. 대표팀은 1세트를 12-15로 빼앗겼으나 이후 내리 3세트를 뽑아내며(15-12, 15-10, 15-6)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대표팀이 기록한 3승(조별리그 2승, 3-4위전 승리)은 모두 역전승으로 이뤄졌다. 또 하나 당시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은 전 경기를 모두 3-0 완승을 거뒀는데, 그 중 한 세트에서 일본에 10점 이상 빼앗은 상대는 대표팀이 유일했다.
[사진=올림픽 여자 국가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