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세계인의 축제인 2012 런던올림픽이 2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 메인스타디움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블록버스터급' 런던올림픽 개회식은 전 세계를 매혹시켰다.
세계를 사로잡은 개회식
제작비만 2,700만파운드(한화 약 478억 원) 참가인원 15,000여명이 투입된 이날 공연은 런던올림픽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였다. 아카데미 8개 부문 수상작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이 행사를 총지휘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대영제국의 위세가 런던올림픽 개회식을 통해 재조명됐다.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이라는 주제 아래 3시간에 걸쳐 영국 근현대사가 총 망라됐으며 강대했던 영국의 역사가 올림픽파크 메인스타디움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특히 제임스 본드와 여왕의 등장 장면, 코미디언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스의 깜짝 출연은 개회식 열기를 고조시켰다. 런던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은 '하나의 삶(Live As One)'이고 모토는 '세대에게 영감을(Inspire a Generation)'이다. 전 세계 205개 나라에서 선수 10,490명을 포함한 16,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모든 참가국에서 여성 선수가 출전한다. 그동안 여성 선수를 올림픽에 내보내지 않았던 카타르, 브루나이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었다. 각국 대표 선수들은 26개 종목에서 총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겨룬다.
'여성시대' 런던을 사로잡은 女기수
역대 올림픽 개회식에서 여성 기수는 쉽게 볼 수 없었다. 겉으로 남녀평등을 외쳐도 '기수는 남자가 해야지'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했던 까닭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은 조금 다르다. 남성 기수가 대다수였으나 런던을 사로잡은건 매력적인 소수의 여성 기수들이었다. 러시아 기수로 뽑힌 여자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는 28일 올림픽파크 메인스타디움에서 가장 많은 환호를 이끌어냈고 박수세례를 받은 선수였다. 샤라포바는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등장했다. 샤라포바는 러시아 역사상 첫 여성 올림픽 기수다. 호주,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카타르 등도 여성 기수를 선택했다. 호주의 여성 기수는 2007년 WKBL 삼성생명에서 뛰었던 로렌 잭슨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낯이 익다. 이탈리아는 여자 펜싱의 발텐티노 베잘리가 기수로 등장했고 남아공은 여자 육상 800m의 캐스터 세메냐를, 카타르는 19살의 사격선수 알 하마드에게 영광의 기수 역할을 맡겼다. '이웃나라' 일본은 여성 기수에 비교적 관대한 나라다. 4년 전 베이징에서 여자 탁구스타 후쿠하라 아이를 내세웠던 일본은 런던올림픽 기수로 여자 레슬링의 간판 요시다 사오리를 선택했다.
선수단복 진풍경…'베스트' 한국, '워스트' 중국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한국 선수단복이 마침내 위용을 드러냈다. 한국선수단은 28일 런던올림픽 개회식 선수단 입장식에서 이번 대회 참가한 205개 국가 중 100번째로 등장했다. 남자핸드볼 대표인 윤경신이 기수로 나섰다. 임원 및 선수 130여명이 뒤를 이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남색 재킷에 시원하고 활동적인 느낌의 흰색 바지, 포인트를 살린 넥타이와 스카프까지 댄디한 느낌을 풍기며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 모인 80,000여명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한국 선수단복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런던올림픽 '베스트 단복'으로 뽑혔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디자인한 이탈리아 선수단복, 스텔라 매카트니가 디자인한 영국 선수단복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미국, 호주, 홍콩, 러시아, 스페인 등과 함께 '워스트 단복'에 뽑혔다. 중국은 NBA 스타 이젠롄이 기수로 나서 오성홍기를 들었고 선수단이 뒤를 따랐다. 중국 선수단복에 대한 타임지의 평가는 "오렌지빛이 충만한 빨간 재킷과 노란넥타이는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의 상징인 ‘로날드 맥도날드(일명 맥도날드 아저씨)’를 연상시킨다”였다.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비키니 논란
비치발리볼 의상이 때아닌 논란에 휩쌓였다. 국제배구연맹은 지난 4월 비치발리볼 저변 확대를 위한 목적으로 한 가지 규정을 바꿨다. 여성 복장 규제가 엄격한 나라의 선수들을 위해 런던올림픽부터 레깅스와 긴소매 유니폼 착용이 가능하도록 결정한 것. 이에 따라 이번 올림픽에서는 기존의 비키니 복장을 고수하지 않는 선수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의 여름 날씨는 생각 외로 쌀쌀하다. 게다가 비치발리볼 경기시간을, 개최국 영국이 아닌 미국 방송사의 중계시간에 맞추다 보니 현지시간으로 한밤중에 끝나는 경기도 적지않다. 미국을 위하다 보니 논란이 생겼는데 미국에 의해서 그 파장이 확산됐다. 비치발리볼 미국대표인 매이 트리너-케리 월시 조는 런던올림픽에서 세 번째 금메달을 노린다. 이 중 메이 트리너는 “비키니를 입고 경기하는 것이 훨씬 좋다. 나는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고 자랐다”며 런던올림픽에서 비키니를 입고 경기를 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호주 대표팀의 나탈리 쿡이 “경기하면서 추위에 벌벌 떨기보다는 옷을 더 입는 게 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SI, AP 등 외신 예상을 뒤엎을 박태환의 역영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쑨양(중국)이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1위로 터치패드를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AP 통신도 이번에는 박태환이 쑨양에 밀려 은메달에 만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신 뿐만이 아니다. 현지 도박사들도 남자 자유형 400m의 금메달리스트로 예외없이 쑨양을 꼽았다. 왜 이런 전망들이 쏟아지는 것일까. 박태환의 올 시즌 자유형 400m 최고 기록은 3분44초04다. 반면 쑨양은 3분42초31로 박태환보다 앞서있다. 개인 최고 기록도 쑨양(3분40초29)이 박태환(3분41초53)을 추월했다. 기록에서는 분명 쑨양의 우세며 최근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다. 쑨양(198cm)은 신체조건에서도 박태환(183cm)을 압도한다. 그런데 '영원한 마린보이' 박태환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되려 담담히 런던올림픽을 준비했다. 올림픽은 단순 수치보다도 각 구간에서의 레이스 운영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박태환은 늘 예상치 못했던 레이스 운영으로 쑨양을 따돌려 왔다. 29일 오전 3시 49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리는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리보는 한국 경기(28일) - 수영, 펜싱, 양궁, 사격 '금' 조준
한국이 대회 첫날부터 금빛 사냥에 나선다.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하는 박태환을 비롯해 펜싱, 양궁, 사격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가 사격 남자 10m 공기 권총에서 한국선수단의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진종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10m에서는 은메달을 딴 명사수다. 임동현, 오진혁, 김법민이 양궁 남자 단체전에 나서 금빛 활 시위를 당긴다. 출발이 좋다. 27일 영국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대회 랭킹라운드에서 한국은 2087점의 고득점을 쐈고 임동현은 72발 합계 699점으로 지난 5월 자신이 세운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남자 개인전 세계 1위이자 '한국 킬러' 브래디 엘리슨을 보유한 미국이 경계 대상 1호로 꼽힌다. 여자 펜싱 남현희는 4년 전 베이징에선 눈물을 쏟았다. 4초를 남기고 발렌티나 베찰리(이탈리아)에게 1점을 허용, 5-6으로 분패했다. 이번에도 베찰리와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설욕에 성공한다면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역사를 쓴다.
*굿모닝런던은 다음 올림픽 특집페이지(http://sports.media.daum.net/london2012)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