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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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V ①] 김연경, 고민은 '에이스의 사명'만으로 충분하다

기사입력 2012.07.11 11:12 / 기사수정 2012.07.20 03:1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획득 이후 36년 만에 메달을 노리고 있다. 일본에게 당한 22연패의 사슬을 끊고 올림픽예선전에서 당당히 2위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줬다.

'이번에는 꼭 해보자'라는 결연한 의지로 뭉친 12명의 선수들은 '자매애'로 똘똘 뭉쳤다. 선후배간의 위계질서는 없었다. 국내리그에서 빚어진 갈등의 앙금도 없었다. 라이벌이라는 자존심 싸움도 모두 벗어던졌다.

4대 구기 종목 중 이번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종목은 남자축구와 여자배구뿐이다. 남자배구와 남자농구, 여자농구가 줄줄이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여자배구에 거는 기대가 커졌다.

선수 보강이 안 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2명의 선수들은 꿋꿋하게 걸어왔다. 올림픽 메달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뜨거웠지만 최근 대표팀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팀의 에이스인 김연경이 자신의 거취 문제로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 소속팀인 흥국생명으로부터 임의탈퇴선수가 된 김연경을 만나 최근의 심경을 들어봤다. 또한 여자배구의 올림픽 전망을 짚어보고 팀을 이끌어가는 선임 선수들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매거진V ①] 김연경, 고민은 '에이스의 사명'만으로 충분하다
[매거진V ②] 미리보는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매거진V ③] 女배구, 위계질서 버리고 '신뢰'로 뭉쳤다

김연경, 고민은 '에이스의 사명'만으로 충분하다

대표팀 내에서 김연경은 '분위기 메이커'이다. 실전 경기는 물론 연습 중에도 선수들을 독려한다. 언제가 활기 넘치며 밝은 모습을 보여준 김연경의 걸음은 무거웠다.

지난 9일 오후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옥천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선수들은 짐을 들고 하나 둘 씩 학교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가장 마지막으로 나타난 김연경을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경은 임의탈퇴선수가 됐다. 가장 중요한 자신의 진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버렸다. 김연경의 에이전트 쪽과 흥국생명의 대립은 팽팽하고 해결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이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터졌다는 점이다. 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김)연경이는 속이 깊다보니 자신이 힘들어도 잘 내색하지 않는다. 팀을 생각해 애써 참고 있지만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정은 어두웠지만 운동화를 신자 다시 눈빛이 살아났다. 여자배구대표팀은 옥천고등학교 후배들과의 연습 시합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올림픽예선전 이후 40여 일간 휴식을 취한 김연경은 오랜 만에 코트에 나섰다.



"아직까지는 컨디션이 정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런던에 가면 몸상태가 100%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표팀은 원래 러시아 전지훈련 일정이 잡혀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피로도를 생각해 영국과의 연습 경기로 일정을 변경시켰다. 17일 런던으로 출발할 예정인 대표팀은 현지에 도착하면 영국 대표팀과 연습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러시아에 가면 강팀과의 연습이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들의 피로도와 시차 적응 문제를 생각할 때 일찍 런던에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연습경기를 통해 배운다는 것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현지의 시차적응과 실전 감각을 빨리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은 강팀들이 즐비한 B조에 속했다. 미국, 브라질, 터키, 세르비아, 중국 등이 포진돼있다. 특히 첫 경기는 세계최강인 미국을 만나게 됐다. 다소 부담스러운 매치업이지만 김연경은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미국과의 첫 경기는 부담이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만날 상대이기 때문에 처음에 만나는 것은 큰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미국이 처음에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먼저 런던에 가서 적응을 하는 만큼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김연경은 자신이 런던에서 해야 할 '에이스의 사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함께 뛰는 동료들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제가 잘 해줘야한다는 점에 대한 부담은 있습니다. 제가 살아야 팀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언니들이 잘 도와줄 것으로 믿고 있어요. 저 혼자만 잘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 모두가 하나가 됐을 때 더욱 잘할 수 있죠. 부담감을 가지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잘 풀릴 것 같습니다."

올림픽 얘기를 하면서 김연경의 표정은 밝아졌다. 올림픽 출전의 꿈이 흔들리는 김연경을 다시 세웠다. 그리고 곁에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놓을 수 있었다.

"지금 터진 문제로 인해 고민이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쉽지 않은 문제이고 저도 어렵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붉어진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김연경은 조심스러웠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 올림픽에 집중하는 것이 그의 바램이었다.

한껏 땀을 흘리고 나자 김연경은 다시 생기를 찾았다. 옥천고와의 연습 경기 내내 파이팅을 외친 김연경은 올림픽을 향한 열정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 = 김연경, 한국여자배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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