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11m 룰렛 앞에서는 축구종가도 한없이 작아진다. 잉글랜드가 또 다시 11m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승부차기서 무너졌다. 역대 메이저대회서 승부차기 성적이 1승 6패로 더 안 좋아졌다.
잉글랜드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에 위치한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유로2012 8강전서 120분 혈투에도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2-4로 패해 눈물을 흘렸다.
자국에서 열렸던 유로1996 이후 16년 만에 4강 진출을 노렸던 잉글랜드는 또 다시 재현된 승부차기 악몽을 떨쳐내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대회 내내 잉글랜드는 이탈리아보다 더한 이탈리아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빗장수비'의 대표격인 이탈리아보다 더 수비적으로 운영한 잉글랜드의 축구는 화려함을 잃었지만 단단함을 얻어 이번 대회 우승의 다크호스로 꼽혔다.
이탈리아와 8강전서도 잉글랜드는 120분 내내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총 슈팅수 9-35, 유효슈팅 4-20이 말해주듯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잉글랜드도 이탈리아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가리게 되면서 잉글랜드의 우승 꿈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잉글랜드는 유독 승부차기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11m의 룰렛이지만 잉글랜드에게는 눈물과 탈락으로 점철된 역사다. 역대 메이저대회서 잉글랜드가 승부차기에서 웃어본 기억은 유로1996 8강전 단 한 번뿐이다. 나머지는 모조리 패배만 경험했다.
승부차기 악몽은 1990 이탈리아월드컵부터 시작됐다. 당시 잉글랜드는 4강에서 독일에 3-4로 패하며 첫 승부차기 인연을 패배로 맺었다. 스페인을 승부차기서 꺾고 4강에 올랐던 유로1996에서도 잉글랜드는 4강서 독일에 승부차기로 패했다. 6번째 키커였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의 실축이 컸고 그대로 5-6으로 패했다.
지금까지도 월드컵 명승부 중 한 경기로 꼽히는 1998 프랑스월드컵 16강 아르헨티나전도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서 눈물을 흘렸고 유로2004에서도 믿었던 데이비드 베컴이 실축하며 포르투갈에 5-6으로 패했다. 포르투갈과 악연은 2년 후 2006 독일월드컵까지 이어졌고 프랑크 램파드와 스티븐 제라드, 제이미 캐러거가 실축하며 1-3 최악의 패배를 당했었다.
그리고 이날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에 패하며 승부차기 징크스를 계속 이어갔다. 악몽을 끝낼 기회는 있었다. 양팀의 첫 번째 키커가 모두 성공한 가운데 이탈리아는 리카르도 몬톨리보가 실축한 반면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가 성공해 승기를 잡은 것.
그러나 잉글랜드는 승리를 확정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애슐리 영의 실축이 뼈아팠다. 영의 강력한 슈팅이 골대 상단을 때렸고 이어 나온 애슐리 콜마저 슈팅이 부폰에 막히고 말았다. 잉글랜드가 놓치는 사이 이탈리아는 안토니오 노체리노와 알렉산드로 디아만티가 침착하게 마무리해 승리했다.
상대가 먼저 실축했음에도 잉글랜드는 11m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또 무너졌다. 이날 패배로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서만 1승 6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 11m 공포를 이겨내지 않는 한 잉글랜드의 메이저대회 우승은 불가능해 보인다.
▲ 이탈리아-잉글랜드 승부차기 결과
이탈리아 4 : 발로텔리O, 몬톨리보X, 피를로O, 노체리노O, 디아만티O
잉글랜드 2 : 제라드O, 루니O, 영X, 콜X, -
[사진 = 웨인 루니 (C) Gettyimages/멀티비츠]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