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스페인이 또 한번 제로톱 전술로 웃었다.
스페인은 24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돈바스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2012 8강전'에서 사비 알론소의 두 골에 힘입어 프랑스를 2-0으로 꺾고 4강에 안착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스페인은 제로톱을 메인 테마로 잡았다.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가짜 공격수'로 내세웠다. 공격 일선에 선 미드필더 4인방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패스하면서 프랑스 수비진을 위협했다.
제로톱은 이번 대회 스페인 대표팀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당초 페르난도 토레스의 공격수로서의 선발이 예상됐지만 빈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생각을 달리했다. 조별 본선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제로톱은 첫 선을 보였고 이후에도 가짜 공격수와 진짜 공격수를 번갈아 기용했다.
이러한 스페인의 제로톱 고집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제로톱'이 반드시 필요했던 스페인
이번 대회 우승을 바라는 스페인은 제로톱이 반드시 필요했다.
델 보스케 감독은 대회 직전까지 평가전에서 제로톱과 원톱을 같이 시험했다. 가짜 공격수 역할은 대부분 다비드 실바가 맡았다. 세스크 파브레가스 역시 소속팀 FC 바르셀로나과 대표팀에서 가끔 가짜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며 그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대회에 들어서자 스페인은 과감하게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이러한 제로톱 고집은 다름 아닌 밀집 수비에 대한 대비때문이었다. 스페인을 상대하는 대표팀들 대부분은 밀집된 수비형태를 취한다. 이에 따라 스페인으로선 비좁은 수비 공간을 파고들 필요성이 생겼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수비 뒷공간 침투가 장점인 다비드 비야가 부상으로 대표팀을 이탈했다. 비야의 부상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중앙으로 밀집되는 상대 수비의 뒷 공간을 공략하는 데 비야만큼의 적격자가 없었다.
특유의 패스축구의 최종 방점을 찍을 공격수가 없어지자 새로운 대책이 필요했다. 대체 후보 공격수들은 비야만큼의 신뢰를 델 보스케 감독에게 주지 못했다.
결국 해결책으로 제로톱을 생각해냈다. 세계에서도 내놓라하는 최강 미드필더진을 보유한 팀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겠단 계산이었다. 효과가 있었다. 이탈리아와의 첫 경기에서의 파브레가스의 동점골과 크로아티아전에서의 헤수스 나바스의 골 등의 장면은 제로톱 성공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부분들이었다.
이번 프랑스전까지 스페인의 팔색조 전술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제로톱의 스페인, 체력 부담 떨칠까
아직 무적함대에겐 별다른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체력에 대한 우려가 있다. 특히 제로톱을 활용하는 스페인에겐 체력 부담은 적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제로톱 전술의 단점은 많은 체력 소진이다. 미드필더진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공격형채다. 패스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어 있는 공격수 자리로의 잦은 이동이 동반되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스페인은 남은 두 경기에서 체력 문제를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 포지션이 미드필더인 파브레가스는 프랑스전을 비롯한 최근 경기들에서 지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이 문제를 우려한 델 보스케 감독은 90분 내내 제로톱을 유지하지 않고 있다.
남아 있는 4강전과 결승전은 더욱 치열한 접전이 될 가능성도 커서 체력 소진은 이전보다 늘어날 공산도 크다. 여기에 지난 시즌 거의 전경기를 소화한 사비 에르난데스 등 주축 선수들의 체력 방전 우려도 스페인으로선 고심거리다.
과연 이러한 우려들을 극복하고 스페인이 지난 2008년에 이어 유로대회 2연패의 금자탑을 쌓을 지 주목된다.
[사진=스페인 대표팀 (C) BBC 스포츠 홈페이지 캡쳐]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