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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칼럼] 女배구, '과식'피하고 '영양분' 섭취하라

기사입력 2012.06.22 17:57 / 기사수정 2012.06.25 09:27

조영준 기자


10년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일본에게 당한 22연패의 사슬을 끊었을 때 느낀 기분이다. 말이 22연패지 세월도 따지면 무려 8년이었다. 그 긴 시간동안 일본에 철저히 당한 좌절감은 이루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런던올림픽 출전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가장 뜻 깊은 일은 적지에서 일본을 잡았다는 점이다. 김연경도 잘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올림픽에 쉽게 나갈 수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올림픽으로 가는 길이 더욱 험난해졌다. 나는 이런 현상을 오히려 고무적이라고 본다. 쉽게 올림픽 출전권을 얻는 것보다 많은 땀과 눈물을 투자하고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 더욱 의미가 깊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예선전을 통해서 모든 선수들은 올림픽이란 대회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가장 큰 무대에 출전하기 위해 흘린 땀은 좋은 결실로 이어졌다. 올림픽의 의미를 깨달은 우리 선수들은 메달 도전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았다.

만만치 않은 올림픽 본선, 하지만 어렵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는 올림픽 본선 B조에 속해있다. 우리가 8강에 진출하기 위해 경쟁을 펼쳐야하는 팀들은 모두 만만치 않다. 미국과 브라질은 현재 세계 최강의 팀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높이와 힘, 여기에 기본기와 조직력까지 갖췄다는 점이다. 높이와 조직력을 모두 가진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현재 미국과 브라질의 전력을 생각할 때 이들을 이기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가 표적으로 노려야 할 팀은 터키, 세르비아, 중국이다. 터키는 올해 유럽을 제패하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나는 B조에 속한 팀들 중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라고 생각한다.

세르비아도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될 팀이다. 또한 중국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플레이를 펼친다면 못 잡을 상대가 아니다.

일본이 속한 A조와 비교해 우리가 속한 B조를 '죽음의 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상대와 만나기도 전에 힘들다고 생각하면 최상의 플레이를 펼칠 수 없다.

우리는 8강 진출을 1차 목표로 두고 있다. 8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세르비아와 중국 그리고 터키 중 두 팀을 잡아야 한다. 2승 이상을 거둬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B조와 비교해 A조는 약한 팀들이 많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토너먼트로 열리는 8강부터는 우리가 더욱 힘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8강전부터는 일본이 안 좋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토너먼트 경기를 펼칠 B조의 팀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토너먼트 경기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나는 우리가 B조에 속한 점이 '절망'보다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런던올림픽은 다음달 27일에 열린다. 이제 남은 기간은 한 달 밖에 없다. 결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과 체력이다. 모든 것을 철저하게 런던올림픽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몸을 이끌고 올림픽에 나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재 부상 선수들이 많지만 올림픽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는 않다.

문제는 이들 선수들을 대체할 선수가 없는 점이다. 올림픽이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대체 자원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실업팀이 10개가 넘었던 시절에는 국가대표 상비군이 있었다. 나는 이러한 제도가 다시 생기길 기원한다. 상비군 시스템이 살아나려면 유소년 배구가 발전해야 한다.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상비군 제도는 쉽지 않다. 그러나 위안인 것은 유소년들을 위한 시스템이 점차 진행 중이란 점이다. 대표팀이 발전하려면 선수층이 튼튼해져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의 장점을 볼 때 김연경이란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경을 아끼고 있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올림픽이 한달 밖에 남지 않은 현실을 생각할 때 김연경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한 달 안에 오랜 세월을 거쳐 완성할 수 있는 조직력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이를 효과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 선수들에게 "과식을 피하고 영양분을 섭취하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많은 양의 연습보다 효과적인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과 비교해 한국여자배구가 발전한 부분은 '높이'에 있다. 김연경(192cm)-양효진(190cm)-하준임(188cm)-한송이(186cm)-김희진(185cm)-정대영(183cm) 등의 높이는 이제까지 한국여자배구가 가져보지 못한 장점이다. '도쿄 대첩'을 이룰 때도 '높이의 힘'이 한 몫을 했다.

문제점인 서브리시브 보완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런던행을 결정지으면서 올림픽에 대한 '공동의 목표'가 생겼다는 점이다. 런던에 가는 그날까지 선수들 모두가 부디 건강하기를 기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식을 피하고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진 = 한국여자배구대표팀, 황연주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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