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12 Memories③] 그때 그 수비수들 지금은?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16일 프랑스 우크라이나, 잉글랜드 스웨덴전을 앞둔 유로2012 조별예선이 중반부를 넘어가며 8강 진출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축구 강국들이 주목 받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셰브첸코가 큰 관심을 얻고 있다. 그는 D조예선 첫 경기 스웨덴전서 2골을 넣으며 팀의 첫 유로 승리를 이끌었다.

팬들은 35살의 나이에 헌신하는 셰브첸코를 바라보며 회상에 빠지는 시간도 가졌을 법 하다. 바로 셰브첸코의 전성기에 이른바 ‘잘 나가던' 선수들을 추억하면서. 셰브첸코는 2000년대 초중반을 휘어잡은 스트라이커로 당시 루드 반 니스텔루이, 호나우도, 티에리 앙리 등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유로2012에서 셰브첸코 말고도 오랜 기간 현역 생활을 하고 있는 선수를 꼽으라면 덴마크 대표팀의 데니스 롬메달이다. 전성기 땐 마크 오베르마스와 경쟁을 벌일 정도로 총알 탄 사나이었다. 이밖에 마크 판 보멀, 올로프 멜베리 등 10년 넘게 축구팬들에게 익숙해진 이름들이 유로2012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최전성기로 활약하던 시절 해외축구는 세리에A, 프리메라리가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당시는 TV중계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라 인터넷 스트리밍 혹은 위성방송으로 어렵사리 볼 수 있었다. 지금 '유로 형님'들의 동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스트라이커, 미드필더, 수비수 등 포지션별로 알아 봤다.

- 야프 스탐/1972년생/네덜란드/프로통산 416경기 23골/A매치 67경기 3골

191cm 86kg의 격투기 선수라 해도 손색없는 단단한 피지컬을 가진 스탐은 올드팬들 사이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존재다. FC츠볼레에서 선수 경력을 시작한 스탐은 캄부르, 빌렘을 거쳐 PSV 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해 꽃을 폈다. 수비수였지만 세트피스 때 공격 옵션으로 활용 가능했다.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1998 월드컵, 유로2000에 연달아 출전하며 대표팀 붙박이로 자리매김 했다.

대표팀에선 '커맨더형' 수비로 정평이 난 프랑크 드 보어와 더블 센터백을 구성했다. 월드컵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스탐은 세 시즌만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라치오로 떠났다. 라치오에선 알레산드로 네스타와 호흡을 맞추며 전성기를 이끌었다.

시니사 미하일로비치, 에르난 크레스포 등 막강 스쿼드를 자랑한 라치오는 재정난으로 주요선수를 이적시켰다. 스탐이 이적한 곳은 AC밀란. 당시 밀란은 유럽축구 최강의 전력을 선보였다. 수비부터 공격까지 출중한 선수를 보유한 밀란은 스탐까지 가세해, 지금도 회자되는 축구 역사상 최강의 수비 라인업을 구축했다. 하지만 말디니-네스타-스탐-카푸로 구축된 포백은 2003-2004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서 3-3 무승부로 정규시간을 마쳤고 승부차기에서 석패하며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스탐은 유로2004 이후 은퇴했다. 그는 당시 “이젠 최고의 기량으로 뛰지 못할 것 같다”라며 대표팀 은퇴를 공식화했고, 밀란과 계약 종류 이후 아약스에서 한 시즌을 뛴 뒤 유니폼을 벗었다. 공격수들이 뚫기 힘든 선수로 언급된 스탐은 흔히 말해 '클래스가 있는' 수비수였다. 은퇴 후 코칭 수업 뒤 현재는 맨유의 남미 유망주 스카우트로 활약 중이며, 간혹 자선경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파올로 말디니/1968년생/이탈리아/프로통산 647경기 29골/A매치 126경기 7골

말디니는 20세기와 21세기를 잇는 최고의 수비수다. 또, 프랑코 바레시의 에이스 수비수 자리를 이어받은 이탈리아 축구의 보배이기도 하다. 말디니의 선수 경력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밀란에서 시작해 밀란에서 끝났다. 그와 함께한 수비수는 알레산드로 코스타쿠르타부터 네스타까지 이탈리아의 걸출한 수비수들로, 이들은 모두 말디니와 호흡을 맞췄다.

왼측면 수비와 중앙 모두 가능한 말디니는 패스를 끊는 태클, 인터셉트 뿐만 아니라 최전방으로 한 번에 띄우는 롱패스, 경기 조율 능력까지 모든 것을 갖추며 카테나치오에 아름다움을 더했다. 밀란에선 세리에A, 컵대회,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27번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밀란에서 프로데뷔를 한 1985년 이후 24년간 한 시즌 평균 1개 이상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마르코 반 바스텐, 루이코스타, 셰브첸코, 카카 등 훌륭한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었던 말디니는 선수단을 장악하는 리더십과 카리스마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먼 훗날 밀란과 아주리 군단의 감독으로 말디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은퇴 후 첼시의 코치 제의를 거절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밀란에서 공식 직함은 없지만 친정팀의 상황에 많은 조언을 하며 비공식 프런트로 지내고 있다.

- 페르난도 이에로/1968년생/스페인/프로통산 545경기 109골/A매치 89경기 29골

이에로는 스페인과 레알 마드리드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4번의 월드컵 출전,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을 거치며 유럽에서 유능한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다. 다른 수비수와 이에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득점력이다. 이에로는 소속팀 경기서 5경기 당 한 골, A매치에서는 3경기당 1골씩을 넣었다. 이러한 기록은 공격형 미드필더의 통산 성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로는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 스위퍼, 리베로 모두 소화하며 간혹 공격적인 상황과 PK 상황에서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지네딘 지단, 호나우도, 파비오 칸나바로 등이 영입된 1차 갈락티코 정책에 의해 위기가 찾아왔고 은퇴 종용과 함께 카타르 알 라이얀으로 이적했다.

대표팀에선 4번의 월드컵, 2번의 유로 출전을 했지만 타이틀 없이 마감했다. 이에로가 스페인 대표팀 주장 시절 레알과 비 레알의 갈등이 있었다는 설이 있었으며, 주장으로서 팀을 단합시키지 못했다는 평도 있다.

2005년 마지막 커리어를 위해 볼튼 원더러스로 돌아온 이에로는 한 시즌 출전을 마치고 은퇴했다. 그 후 스페인 축구협회 기술국 위원을 거쳐 현재 말라가CF의 단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 릴리앙 튀랑/1972년생/프랑스/프로통산 504경기 10골/A매치 142경기 2골

프랑스의 황금시기와 몰락을 함께 한 튀랑은 우승 경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월드컵, 유로, 컨페더레이션스컵 까지 국가대표로 참여 할 수 있는 대회는 모두 우승했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맨마킹과 윙어에 가까운 공격 가담력은 튀랑을 세계 최고 수비수의 반열에 올렸다. 이탈리아 AC파르마를 거치며 유벤투스에 입성한 튀랑은 파벨 네드베드, 지안루이지 부폰, 조나단 제비나, 카를로 몬테로와 함께 2002-2003시즌 쳄피언스리그와 세리에A, 코파이탈리아까지 정복했다. 하지만 승부조작 사건으로 유벤투스가 강등 당하자 튀랑은 FC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주전과 로테이션을 오가던 튀랑은 유로 2008 참가 후 완전 은퇴 선언을 했다. 튀랑이 은퇴한 뒤 프랑스는 암흑기가 찾아왔다. 튀랑은 현역 은퇴 후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로 변신해 전시회, 이벤트 기획자로 축구와는 관계가 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 그 외 수비수들은 지금?

수비수들은 대체로 오랜 선수생활을 하지만 은퇴 후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 튀랑과 함께 프랑스의 측면을 담당했던 데상트 리자라쥐는 브라질 유술을 배워 유럽 챔피언 자리에 오른 적이 있다. 마르셀 드사이는 가나 대표팀 코치와 함께 가나 축구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중이다.

네덜란드의 미카엘 라이지거, 안드레 오이에르는 각각 지역 유소년 팀을 운영하고 있거나 코치 연수를 받고 있다. 프랑크 드 보어는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를 거쳐 아약스 감독직에 있다.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코코와 크리스티안 파누치는 각각 예능 프로그램과 해설자로 활약 중이다. 독일의 옌스 노보트니, 크리스티안 뵈른스, 토마스 린케, 카르스텐 라멜로프는 유소년 코치, 평론가, 코치연수를 받고 있다.

[사진= 파울로 말디니 ⓒ UEFA 공식 홈페이지]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