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9 15:22
자유주제

트로트 열풍은 계속 오나?

기사입력 2006.03.02 20:43 / 기사수정 2006.03.02 20:43

김광수 기자
   노래방에 가서 마땅히 부를 노래도 없고 분위기가 어색할 때, 그 분위기를 깨는 데는 트로트가 그만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부를 수 있는 신나는 리듬에 신구 세대의 가교 역할을 하는데도 트로트를 빼놓아서는 얘기할 수 없다. 그만큼 트로트는 우리 정서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90년대 댄스 음악의 등장 이후 사양길로 접어들었던 트로트가 현재 또 다른 부흥을 맞이하고 있다. 장윤정의 등장으로 촉발된 트로트 열풍은 박상철, 이재은, LPG, 아이리스 등 신세대들이 가세하면서 그 열기를 더욱 끓어오르게 하고 있다.


  트로트, 그 끈질긴 생명력


  일제시대부터 보급된 트로트는 여러 장르가 유입되면서 주춤하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시대를 대표하던 스타들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왔다. 이난영, 남인수, 현인, 백년설 등이 활약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60년대 이전을 제외하고 60년대에는 신중현의 등장으로 락이 보급되고 새로운 음악이 쏟아져 나오면서도 배호라는 슈퍼스타를 배출했고, 70년대 특유의 저항정신으로 젊은 문화를 대변하던 포크 음악바구니에서도 나훈아와 남진의 라이벌 구도를 넘을 수는 없었다. 대학가요제의 스타들이 쏟아지고 조용필로 대표되는 80년대 역시 주현미, 김지애, 현철 등으로 그 생명력을 이어갔고 댄스 음악이 등장하면서 사라질 것만 같았던 90년대 이후에도 송대관, 설운도, 태진아로 명맥을 이어갔다. 별로 기대를 걸지 않았던 장윤정의 등장은 여전히 트로트가 건재하다는 것과 전 국민적으로 사랑 받는 음악은 트로트 밖에 없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트로트 열풍 오나?


  장윤정의 등장은 음악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부담 없는 가사와 익숙한 리듬은 단박에 대중들에게 유입되어 갔고, 수많은 젊은 가수들이 트로트에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을 연출했다. 이미 대중적으로 성공한 장윤정 외에도 판소리를 전공한 이재은, 전혀 트로트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모델 4명으로 구성된 LPG, 그리고 과거 댄스 그룹으로 이름을 알렸던 쌍둥이 자매 뚜띠, ‘마지막 승부’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김민교, 최근에는 트로트계의 S.E.S라고 불리는 아이리스까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트로트에 도전하는 가수들이 많아졌다.


  젊은 가수들의 선전으로 기존 트로트 가수들의 복귀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트로트 음악계를 짊어지고 있는 Big 3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가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잠시 떠나있던 주현미나 하춘화, 한혜진, 문희옥 등도 앨범을 발표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장윤정을 시발점으로 신구가 조합되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열풍의 문제점


  하지만 이러한 열풍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장윤정의 성공은 분명 트로트의 중흥을 가져 놓았지만 트로트가 너무 가볍게 다루어지는 문제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트로트의 본래 정서라 할 수 있는 ‘한(恨)의 정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온통 사랑 타령 일색이다. 워낙 빠른 비트의 가벼운 트로트가 성행하다 보니 [갈색 추억]이나 [마지막 연인] 같은 차분한 곡으로 인기를 끌었던 한혜진이 펑크스타일의 머리에 핫팬츠를 입고 춤을 추는 무리한 변신을 시도하기도 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리고 이번 열풍이 수많은 댄스 음악들이 판치는 가운데 댄스 음악에 식상한 팬들이 신선한 것을 찾기 위해 얻는 거품 인기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열풍이 불고 있지만 장윤정의 분위기가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젊은 가수들은 물론이고 기존의 가수들까지 너무 한쪽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생겨나는  


  일회성이 아닌 지켜가는 가수가 되길.....


  우리나라 가요 시장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돈이 된다 싶은 것은 수많은 아류를 양산시킨다는 것이다. 서태지의 등장으로 댄스음악이 판쳤고, H.O.T의 성공으로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탄생했다. 이번 트로트의 열풍도 이러한 냄새가 짙게 나는 점이 아쉽다.


  팬들에게 보다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려 하는 시도는 좋다. 하지만 지나친 상업주의는 팬들이 쉽게 등을 돌림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트로트를 선택한 젊은 가수들이 정말로 트로트라는 장르를 사랑한다면 단순히 인기를 얻기 위한 발판이 아닌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으면 한다. 90년대 중반 댄스 음악이 판치던 때에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단지 트로트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현재까지도 트로트를 고집하고 있는 김혜연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의 트로트 음악을 개척하길 바란다.



사진설명(출처 : 다음, 네이버 이미지 검색)

- 상 : 27세에 요절한 가수 배호 스테레오 일대작 앨범 재킷
- 중 : 트로트 열풍의 시발점이 된 장윤정
- 하 : 1993년 [바보같은 여자]로 데뷔후 지금까지 트로트만 고집한 김혜연



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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