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한국 프로배구 V리그는 출범 2년째인 2005~2006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2005년 5월 16일, 문화관광부는 프로배구의 외국인선수 도입을 승인했고 이 때부터 한국 배구 판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외국인선수 제도에 따른 장단점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기존에 볼 수 없던 타점 높은 강타와 과감한 강서브는 보는 이들에게 호쾌함을 선사했다. 반면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들의 공격 기회가 줄어들게 됐다. 이는 외국인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의 한 해 농사가 좌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프로 출범 3년째인 2006~2007시즌부터 리그 득점 순위 1, 2위는 모두 외국인선수의 차지였다. 또한 1위는 모두 올 시즌 우승팀인 삼성화재 소속 외국인선수(2006~2007 레안드로 다 실바, 2007~2009 안젤코 추크, 2009~2012 가빈 슈미트)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이후 팀 간의 편차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도 많아졌다.
반면 외국인선수들의 타점 높은 공격과 강한 서브는 토종 선수들이 세계 배구 흐름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배구 팬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엑스포츠뉴스는 지난 2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배구 팬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수했다. 팬들은 ▲외국인선수에 대한 공격 집중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팀 전력의 편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이렇게 2가지 질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도움 안 돼" vs "도움되는 측면도 있어"
트위터 아이디 'bsw0925'를 비롯한 5명은 외국인선수의 공격 집중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bsw0925'는 "리그 흥행과 국내 선수의 성장에 이득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구단의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tnwlwlsgus'는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단기간에 화려한 플레이로 눈은 즐거울 지 몰라도 국내 배구의 성장이 더딜까 걱정된다"며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지기도 하고 부득이한 포지션 변경으로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를 봐 왔기에 더욱 아쉬운 대목"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hylee9898'은 "외국인선수 제도가 생기면서 몇년 전 부터 계속 토종 라이트 자원도 없었다. 또한 '몰빵' 때문에 신인 선수들이 활약할 기회도 줄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선수 제도에 대한 긍정적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국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점과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있기에 외국인선수가 더욱 빛이 난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inbongseok'은 "특정 팀을 제외하면 외국인선수에 대한 점유율 분포가 심하게 높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또한 외국인선수 제도 자체가 국내 선수들에게 분발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b88811_'은 "외국인선수에 대한 공격 집중 현상이 크게 문제 되는 건 없어 보인다"며 "강팀의 경우에는 외국인선수의 높은 공격점유율이 공격성공률로 이어질 수 있게끔 국내 선수들이 공격 전후 플레이를 탄탄히 해 준다. 명성이 높은 외국인선수들이 많이 왔었지만 오히려 그 선수들에게만 의존하다보니 다른 방법들을 못 찾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외국인선수를 바라보는 시선도 제각기 다르다. 외국인선수의 공격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몰빵 배구'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모든 배구팬들이 외국인선수 제도에 대해 반감을 나타내진 않았다.
하지만 외국인선수 도입 이후 V리그의 순위 판도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삼성화재,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을 '빅3'로 분류하고 LIG손해보험이 그 뒤를 잇는 판도가 계속됐다. 지난 시즌 KEPCO가 프로 출범 이후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긴 했지만 많은 배구팬들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우승은 항상 삼성화재다"라는 점이다.
또한 삼성화재가 V리그 출범 이후 8시즌 중 6차례나 우승한 점을 비쳐봤을 때 아직까지는 배구판에 전력 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팀 간 전력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팬들은 이 점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외국인선수가 문제" vs "FA, 드래프트 제도 개선해야"
배구 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팀 간의 전력차를 줄이기 위해 외국인선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및 드래프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먼저 'bsw0925'는 "한 시즌 만이라도 외국인선수 없이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여자 프로농구(WKBL)의 경우에도 2007~2008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면서 거품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billsha1' 또한 "외국인선수 제도를 폐지한다면 국내 선수들끼리만 리그를 치르게 된다.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팀들은 순위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팀 간의 격차는 좁혀질 것으로 본다. 현재 팀 간의 극심한 격차는 외국인선수의 활약 때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반면 외국인선수 제도가 아닌 FA, 또는 드래프트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inbongseok'은 "배구 종목의 특성상 선수 생명이 길지 않고 FA자격을 얻을 수 있는 선수도 극히 드문데 보호 규정도 너무 높다"며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한 선수도 자유로운 이적이 가능하다면 전력 편차를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b88811_'은 "형평성의 문제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 때 최하위 팀을 비롯한 하위권 팀에게 약간의 혜택을 준다면 편차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밝혔다. 2인이 외국인선수 제도를 문제삼았다면 다른 2인은 FA, 드래프트 등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 V.N.S는 '발리볼 네트워킹 서비스(Volleyball Networking Service)의 약자로 트위터를 통해 배구 팬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기자와 배구 팬들이 함께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주간 코너다. 매주 금요일 오전에 만나볼 수 있다.
[사진=3년 연속 득점 1위를 차지한 가빈 슈미트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